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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프리카 진출 사업 잇따라 좌초 위기

[취재파일] 아프리카 진출 사업 잇따라 좌초 위기

이번에 국회의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궜던 화두 중 하나는 다이아몬드였다. 현 정부의 자원외교 치적 가운데 하나였던 아프리카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말이다. 다이아몬드라는 매혹적인 아이템에 '왕차관'으로 불렸던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고, 여기에 일반인들의 공분을 순식간에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주가조작 의혹'까지 얽혔으니 세간의 관심을 끌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다이아몬드가 과연 자원인가라는 의구심부터 들지만, 어쨌든 매장량도 확인 안 된 설익은 '자원' 개발권을 두고 앞다퉈 자랑하다 화를 당한 셈이다.

최근 다이아몬드 말고 또다른 아프리카 개발 사업이 삐걱대고 있다. 다이아몬드처럼 매혹적인 아이템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에겐 애증의 대상인 부동산이다.

               



지난 2009년 8월 박영준 차관이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했다. 양국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방문길에 박 전 차관은 가나 주택개발 사업권에 대한 한국 업체 지지를 얻어냈다. 모두 20만 호의 주택을 가나에 건설하는 이 사업은 전체 규모가 1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건설사업이다. STX가 최종 계약에 성공했고, 지난 1월에는 당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까지 직접 가나로 날아가 기공식에 참석하기까지 했다. 정 장관은 아타밀스 가나 대통령까지 만나서 수자원 개발, 항만 개발, 에너지 플랜트 개발도 같이 하자면서 그림을 더 크게 그려나갔다.

그리고 10개월이 흘렀다. 지난해 가나 의회를 통과한 계획에 따르면 올해는 20만 호 가운데 경찰과 군인 등에 제공되는 3만 호를 먼저 건설하기로 돼 있다. 예정대로라면 한참 기초공사가 진행돼야 할 시기인데 기공식이 끝난 뒤 열 달이 지났지만, 단 한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장미빛 희망이 가득했던 이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맡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우선 STX와 가나 정부 사이에 사업 지분 배분 문제로 싸움이 붙었다. 7대 3을 주장하는 STX 주장에 가나 정부는 반반으로 나누자고 맞서고 있다. 중간에 STX 현지 법인장이 시쳇말로 '장난질'을 하면서 정부와 STX간에 갈등이 커졌고, STX 현지 법인장과 STX는 법적 소송에 이르게 됐다. 가나 정부가 약속했던 자금 지급 보증 문제도 삐걱대고 있다. 애초 계약이 가나 정부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가나 국내 여론이 커지면서 정부가 부담을 안게 됐다. 가나 정부와 가나 의회도 이 문제로 등을 돌려 서 있다. 정부는 STX와의 계약에서 가나 정부의 의무사항을 빼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의회는 이미 통과한 사안이라며 버티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가나 현지 언론들은 STX의 현지 사업이 '끝났다'. '죽었다'. '실패했다'는 용어를 서슴지 않고 제목으로 뽑아 기사를 실어냈다. 사태가 점점 악화되자 결국 정부가 다시 진화에 나섰다. STX의 주택사업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부는 반드시 이 사업을 완수하겠다고 천명했다.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완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주무 장관이 직접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게 현지 분위기인 것 같다. 가나 정부가 공사 대금 문제에 관해서도 지급보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도 가나 정부와 STX는 협상을 하고 있고, 정부와 국회도 협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주무 장관은 여의치 않을 경우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 사업이 가야할 길이 정말 순탄치 않다는 말이다.

이 사업은 다이아몬드 개발권 논란처럼 퀴퀴한 냄새가 날 정도는 아니다.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일 수 있다. 본질은 분명 다이아몬드 개발권 논란과 차이가 있어보이지만, 모양새는 참 비슷해 안타깝다.

자원외교를 앞세운 정부와 미스터 아프리카를 자임했던 왕차관, 여기에 그런 정권 아래서 공적을 한 번 세워보려했던 외교관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 현지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따져보지 않고 서둘러 실적만을 내놓으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선 궤가 같은 논란이다.

다행히 다이아몬드가 대량으로 매장됐다고 밝혀질 수 있고, STX가 가나 정부와 원만히 협상을 잘해 사업을 잘 마무리할 수도 있다.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많다. 그러나 분명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은 추후에 타산지석의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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