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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구 버려지는 개인정보

[취재파일] 마구 버려지는 개인정보

지난 6일 저녁 부산과 경남 양산을 잇는 한 지방도로변에서 수천 장의 서류뭉치가 담긴 종이박스가 발견됐습니다. 제보를 받고 가보니 놀랍게도 SK 텔레콤의 고객 가입신청서 원본과 사본이 그대로 버려진 겁니다.

고객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는 물론이고 거래은행의 계좌번호까지 심지어 주민등록증 사본과 가족 상황이 기록된 주민등록 등본까지  서류철에 들어 있었습니다.  신상정보를 담은 서류의 고객은 대략 천여 명 정도. 종이 상자에 담겨 그대로 도로변 나무 뒤에 버려진 겁니다.

문제의 대리점을 찾아가서 매장 점원에게 고객들의 가입신청서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점원은 계약서를 고객들에게 다시 돌려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버려진 가입신청서류 일부를 누가 버렸는지를 물었더니 "제가 버렸다"며 고개를 떨구는 겁니다.

왜 무단투기 했느냐고 물었더니 보관된 서류가 너무 많고 파쇄 또는 소각을 해야 하는데 파쇄기는 없고 소각을 하자니 많은 양을 불에 태우는 것이 부담이 되어  양산 집으로 가는 도중에 무단 투기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객 신상정보가 담긴 서류를 말단 매장 직원이 어떻게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며 상부의 지시 여부를 물었으나 회사에 전화를 해보고 대답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제의 매장은 SK 텔레콤 산하 자회사인 SK 네트웍스의 위탁업체에서 운영하는 매장이었습니다.

위탁업체에 찾아가 고객 신청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었더니 SK 네트웍스에서 한 달에 한번씩 수거해 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SK 네트웍스 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전화가 온 적도 수거를 한 적도 없다는 겁니다. 거짓말을 한 겁니다.

사실상 매장 직원에게 처리하도록 방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기적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거래 고객의 서류들이 즉시 파기되지 않고 방치돼 있었으니까요.

SK 텔레콤 부산지사로 가서 해명을 들었습니다.

SK 측은 고객신상정보 처리 메뉴얼이 있다고 했습니다. SK의 고객정보 보호지침에 따르면 계약서는 휴대폰 가입 개통과 동시에 즉시 고객들에게 돌려주거나 현장에서 즉시 파기하도록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전 매장 직원들에게 정기적인 교육을 시키고 수시로 불시에 점검을 나가 메뉴얼 대로 하고 있는지 관리 감독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고객 정보 보안업체와 계약을 해 수시로 대리점 고객 서류를 수거해 파쇄 처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문제의 판매점의 경우 어떻게 9개월 이상 그것도 천여 명의 고객 서류가 매장에 방치돼 있었는데도 적발하지 못했느냐고 물었습니다.  묵묵부답.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됐는지 의문입니다.  메뉴얼이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SK측은 전국 직영대리점 2천5백 곳에는 파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지원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의 90%가 넘는 2만5천여 일반 판매점과 위탁업체에는 파쇄기 설치를 그들에게 설치하도록 부담을 지우고 고객신상 서류 처리도 그들에게 떠넘겼습니다.

사실상 고객 관리에 가장 근본적으로 책임있는 SK 텔레콤이 자신들의 부담을 영세한 일반 판매점과 위탁업체 부담으로 전가한 겁니다. 휴대폰 판매와 수익 챙기기에는 적극적이었지만 고객 개인정보 관리에는 인색했다는 지적입니다.

SK텔레콤은 문제가 불거지자 전국 모든 매장에 파쇄기 설치를 위해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전 매장에 테블릿PC를 지급해 온라인 가입방식으로 전환해 종이 서류를 없애겠다고 말했습니다. 때늦은 대책이긴 하지만 제대로 지켜질 지 지켜 볼 일입니다.

그러나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개인 정보가 이런 식으로 버려졌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지난 9월30일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는 쪽으로 법안이 개정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정부의 관리 감독도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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