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탐욕을 비판하면서 시작된 미국 `월가 점령' 시위가 중산층의 열렬한 후원자를 자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지난달 17일 뉴욕에서 시작된 시위의 불길은 6일(현지시간) 내년 대선을 앞두고 빠른 속도로 선거모드로 전환되고 있는 수도 워싱턴DC로 옮겨 붙었다.
이날 DC 한복판에 있는 백악관 인근 프리덤 광장에 모인 1천여명의 군중은 정부의 무능과 기업의 탐욕을 비판했다.
시위대의 성토는 대부분 인근에 있는 미 상공회의소에 집중됐지만, "월가도, 백악관도 더 이상은 안 된다", "미국의 수치다" 등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구호도 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오바마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시위 사태에 대해 "미국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는 진행자의 전언에 박수와 함성을 쏟아내며 환호하기도 했다.
민주당 분석가들은 이들의 시위가 보수주의 유권자 운동단체인 티파티(Tea Party)를 상쇄할 좌파 대중운동의 서막으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나타나는 우파와 좌파 간 `열정의 차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시위대로부터 경원시 되지 않고 그들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지적했다.
오바마는 최근 일련의 연설에서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부자들의 세금감면, 기업이윤, 소비자의 돈으로 배를 불리는 금융기관 등 월가 시위대가 가진 불평들에 대해 단호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는 탐욕의 화신으로 지목되는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을 총감독한 장본인이다.
시위대가 `월가의 앞잡이'로 지칭하면서 금융기관의 방종을 잡기에 부적절한 개혁조치를 밀어붙인 티머시 가이트너를 재무장관에 앉힌 것도 바로 오바마 자신이다.
워싱턴 시위를 주도한 케빈 지스는 "오바마 정치에 대해 불만이 많다"며 "특히 최근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볼 수가 없다. 그는 10억 달러의 재선 자금을 모으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느라 너무 바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 본인도 이번 시위가 자신에게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6일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이 자신이 바르게 생활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데 비해 많은 사람은 똑바로 살지 않고서도 과도한 보상을 받는다"며 "이런 문제가 내년 대선에서 정치적인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시위대의 좌절감을 이해하고 공화당이 규제완화로 회귀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금융개혁을 위한 `도드 프랭크 법'과 구제금융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측근들은 월가 시위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오바마가 대선전에서 공정사회 이슈에 집중하면서 경기 침체기에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중산층 유권자들의 정서를 적극적으로 파고들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
민주당 전략가들은 이번 시위가 이제 막 시작 단계로 끝을 알 수는 없지만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숨기지 않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 등에 반대하며 시작된 티파티 운동이 공화당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좌파 쪽에서는 그동안 진보적 유권자를 결집할 이렇다 할 대중운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특히 좌파 유권자들을 동원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온 노동계가 이번 시위에 합류하면서 이번 시위의 규모가 커지고 신뢰성도 높아지게 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NYT "월가 점령시위, 오바마에 기회이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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