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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세대 '악필' 급증…쓰기 능력 퇴화 우려

<8뉴스>

<앵커>

지금 여기 보고 계신 화면은 초등학교 5학년생의 숙제노트입니다. 무슨 글씨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좀 심하죠? 글씨 못쓰는 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 애도 저런 데' 하는 학부모들 많으실텐데요. 컴퓨터, 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기기가 발달하면서 손으로 직접 글 쓸 기회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글씨 잘 쓰는 사람을 뽑아서 자격증을 주는 펜글씨 시험이란 것에 70~80년대엔 한 해에 10만 명 넘게 응시했지만 지난해엔 1만 명 이하로 10분의 1도 못 되게 줄었습니다.

먼저, 김종원 기자가 한 학교를 찾아가서 우리 아이들의 글 쓰는 솜씨를 알아봤습니다.



<기자>

18세기 정조가 세자책봉도 되기 전인 어린 시절 숙모에게 보낸 한글 편지입니다.

네다섯 살 아이가 쓴 글씨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갈하지만, 지난 2007년 공개됐을 땐 삐뚤빼뚤 악필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습니다.

250여 년이 흐른 지금 요즘 아이들과 비교하면 어떨까?

[한석봉 얘기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명필 한석봉이 누군지 조차 모를 정도로 글씨 쓰기의 중요성이 퇴색한 지 오래.

초등학교 5학년생들의 글씨는 말 그대로 지렁이 기어가듯 하는 것이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도 어렵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그러니까 1986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 생이 작성한 받아쓰기 시험지입니다.

1학년 글씨치고는 상당히 또박또박 써있는데요, 지금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거 몇 학년이 쓴 것 같아요?) 1학년이요. (그러면 이건요?) 이건 3학년?]

같은 또래들 조차 25년 전 1학년이 쓴 글씨는 고학년이 쓴 것으로, 현재 5학년이 쓴 글씨는 1학년이 쓴 글씨로 착각했을 정도입니다.

[((왼쪽이) 5학년이 쓴 것이고, 이건(오른쪽) 1학년이 쓴 것이에요. 어때요?) 1학년이 쓴 게 더 잘 쓴 것 같아요.]

제대로 된 감정을 위해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쓴 글씨를 전문가에게 보여 줬습니다.

[권혁시/대한 글씨검정 교육회 이사 : 이응이 이렇게 과도하게 클 필요가 없어요. 조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죠.]

이번엔 20년 전인 1990년 당시 5학년 학생이 쓴 글씨를 평가해 봤습니다.

[이 정도로 글씨를 쓴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쓰기 교육을) 받았든가 아니면 스스로 터득했다거나…]

인쇄된 것과 비슷할 정도로 잘 쓴 글씨가 100점이라고 하면, 70점 이상이 잘 쓴 글씨에 속합니다.

[(20점대는) 낙서라고 해야 할까? 글씨로 보기 힘든 정도(인가요?) 네.]

요즘 어린이들은 키보드와 휴대전화 자판에는 달인 수준이지만 손으로 글씨를 쓰면 금세 팔이 아파옵니다.

[(글씨 써 보더니 팔 아파 하던데 어땠어요?) 힘들어요. 팔 좀 마비되는 것 같아요.]

[김희자/초등학교 교사 : 부모님들도 학교에서 지도를 하려고 남겨서 말씀을 드리면 오히려 싫어하세요. 학원보내야 되고 그러니까.]

손으로 글씨를 쓸 기회가 사라져 가면서 글씨체가 나빠진 것은 물론 글씨를 쓰는 능력 자체가 퇴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조창현,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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