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17개국)이 '10월 위기설'의 현실화로 파국을 맞느냐 돌파구를 마련하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달 말 핀란드와 독일, 오스트리아 의회가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개편안을 잇따라 승인함으로써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임박했다는 우려는 한풀 꺾였다.
그러나 유로존이 그리스의 디폴트를 막고 나아가 유럽의 채무ㆍ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선 아직 숱한 난관들을 넘어야 한다.
그리스 정부는 국고가 이번 달 중순이면 바닥날 상황에서 추가 구제금융 집행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EFSF 기능 확대안의 발효 여부도 10월에 판가름 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등의 국채만기가 이번 달에 집중돼 있다.
10월 만기 4개국 국채 규모는 952억 유로나 된다.
또 무디스의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가신용등급 평가도 예정돼 있다. 유로존과 국제사회의 대응도 숨가쁘게 이어진다. 3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를 시작으로 4일 EU 재무장관회의, 6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14~1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17~18일 EU 정상회의 등 관련한 행사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 그리스 추가지원 집행 여부 =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회의의 초점은 그리스에 대한 6차 지원분 80억 유로의 집행 여부다.
유럽연합(EU)ㆍ유럽중앙은행(ECB)ㆍ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의 실사단은 6차분 집행에 앞서 그리스 경제를 평가하던 도중 갑자기 철수했다.
긴축 조치가 충분치 않고 국유재산 매각 등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황한 그리스 정부는 공무원 감축과 봉급 삭감 등 추가 긴축 조치 등을 발표했다.
트로이카 실사단은 철수 4주 만인 지난 주 아테네로 복귀했다.
공무원 노조원 등이 정부 청사를 점거해 농성하자 장소를 옮겨 실사를 진행했다.
실사 결과를 놓고 일단 공공과 민간 채권단 전문가들이 평가하게 된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는 실사 결과와 이 평가 결과를 토대로 지원 실행 여부를 논의하게 된다.
아직 실사 결과는 물론 종료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6차분 집행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결정이 유로존 정상회의 때로 미뤄질 것이라는 설도 있다.
그럼에도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일단 6차분은 집행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결시킬 경우 그리스가 당장 디폴트를 선언해야 할 상황으로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유로존 전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세계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어서다.
◇ EFSF 개편안 발효는 슬로바키아가 관건 = 지난 7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EFSF 개편안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EFSF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예비 성격의 신용공여 제공, 유통시장에서 국채 매입, 은행 자본재확충 지원 등의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대출 여력을 4천400억유로로 늘리는 방안이다.
현재 확보된 기금은 4천400억유로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출(레버리지용)에는 절반만 사용할 수 있다.
이 한도를 없애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EFSF 확대안은 유로존 17개 전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야 발효된다.
미승인 국가 중 네덜란드와 몰타의 경우 논란이 없지 않으나 중순 이전에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건은 유로존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슬로바키아다.
이 나라에선 방만한 살림살이로 빚더미에 앉은, 상대적으로 슬로바키아보다 부유한 나라인 그리스를 지원하는 건 옳지 않다는 여론이 높다.
4개 정당이 참여한 연립정부 내 제2당인 보수 성향의 '자유와 연대(SaS)'가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SaS가 반대하면 법안 승인에 필요한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이베타 라디코바 총리는 SaS를 설득할 것이라고 지난 1일에도 거듭 다짐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 EFSF 추가 확대 = 기존 EFSF 개편안 만으로는 유로존 위기를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큰 나라가 위험에 처할 경우 국채매입 등에 투입해야 할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근거해 EFSF 기금을 최소 8천억 유로에서 많게는 1조 유로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상황이 악화될 경우 독일이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며 기금 확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독일과 네덜란드 등 유로존의 재정우량국가들은 이에 반대해 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현재 2천110억유로인 독일의 부담액은 더 늘리지 않을 것이다. 이 것으로 끝"이라며 일축했다.
따라서 EFSF 기금 추가 확대는 이번 재무장관회의에선 아예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브뤼셀 외교가에선 전망하고 있다.
거론되더라도 추후의 과제로 넘길 공산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 경기부양책 = 4일 EU 재무장관회의에선 추가 경기부양책을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재정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09년 회의에서 "2011년부터 적자감축에 착수하자"고 합의했다.
이후 각국이 재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긴축 조치들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긴축조치와 금융불안 등으로 인해 유럽 경기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졌다.
연말께엔 사실상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EU 집행위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전망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세수가 줄어들고 공공부문 부채를 줄이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EU 집행위와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이미 이러한 악순환이 시작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율이 3%를 넘지 않는 재정 건전국들이 적자율 의무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정부 지출과 실업 급여 등을 늘려 경기를 부양토록 하는 방안을 이번 회의에서 모색할 방침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일 EU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EU의 추가 부양책이 마련되더라도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 ECB 기준금리 내릴까? = 6일 열리는 ECB 월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커버드 본드(Covered Bond·자산담보부증권) 매입 재개 등 그간 시장에서 기대한 부양책이 나올지가 시장의 중요한 관심사다.
ECB는 올해 들어 지난 4월과 7월 각각 0.25%의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물가의 고삐를 죄었다.
지난달 월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선 물가가 비교적 안정돼 있다고 평가하면서 금리를 현행 1.50%로 유지했다.
당시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물가는 비교적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이후 유로존 경기 침체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ECB가 10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9월 물가가 연율 3%로 치솟았다는 EU 통계가 발표되자 기준금리 인하는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커버드 본드 매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금융계는 예상하고 있다.
◇ 국제공조 성과 나올까? =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는 2일 유로존이 채무위기를 해소하고 유럽 은행들의 자본금을 강화할 조치들을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존 위기가 더 계속되면 비(非)유로존 국가인 영국도 큰 타격을 입고, 전 세계 경제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캐머런 총리는 강조했다.
유로존의 '최대주주'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6일 베를린에서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만난다.
9일에는 유로존 제 2위 경제국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도 회담하는 등 위기 진화를 위한 막후 사전 조정에 나서고 있다.
유로존 위기의 국제화는 이미 세계 주요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위기의식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은 14~15일 파리에서 만나 유로존 문제 해결책을 논의한다.
이를 토대로 11월 초 프랑스 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 공조 방안이 확정된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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