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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허재 감독은 이미 화가 나 있었다!

[취재파일] 허재 감독은 이미 화가 나 있었다!

허재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아 선수권 기자 회견 중 중국기자의 질문에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온 동영상이 요즘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대회가 벌어졌던 중국 우한에 일주일간 출장을 갔습니다. 허재 감독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그 현장에도 있었는데 그날 중국 기자가 던진 질문도 도를 넘는 무례한 것이기도 했지만 사실 허재 감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의 홈 텃세에 화가 많이 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원래 성격이 화끈한 허재 감독이 참다 참다 못해 버럭 한번 성질을 낸 것이라고 할까요. 제가 출장 첫날인 지난 22일 허재 감독을 만났더니 한마디로 독이 잔뜩 올라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는 먼 거리의 체육관에서 연습하는데 중국만 경기가 열리는 코트에서 훈련을 하고 숙소도 중국팀만 따로 심판들과 함께 좋은 호텔에 묵는다며 이렇게 노골적인 홈텃세는 처음 겪는다고 털어놨습니다.

무엇보다 허재 감독이 가장 화를 낸 부분은 호텔의 엘리베이터였습니다. 3대 중에 1대가 고장 났는데 한국 같으면 반 나절이면 수리할 것을 며칠째 고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13층에 묵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엘리베이터로 한번 이동하려면 20- 30분이 넘게 걸린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중국 기자들도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일부 기자들이 한국이나 이란같은 라이벌 팀에 대해서는 일부러 가시 돋힌 질문을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12강 리그에서 이란에 큰 점수로 진날 한 중국 기자는 기자회견장에서 "한국 선수단이 호텔 식사가 맛이 없어 하루 세끼 라면만 먹는다는데 사실이냐?"는 황당한 내용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허재 감독은 기분이 안 좋았지만 꾹 참고 "그냥 사생활"이라는 답변으로 일축했습니다.

               



또 다른 중국 기자는 이날 리바운드는 잘했지만 외곽슛이 부진했던 문태종 선수를 비꼬아서 "문태종은 슈터냐? 센터냐?"라는 이런 질문까지 던지더군요.

원래 이렇게 상대를 모욕하는 이상한 질문들이 나올 경우에는 기자회견장에 배석한 국제농구연맹(FIBA)의 언론 담당관이 해당 선수나 감독에게 답변을 안 해도 좋다는 뜻으로 손으로 표시를 합니다. "No Comment (답변하기 싫다)" 라고 이야기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동영상에 나온 질문 "한국 선수들은 왜 중국 국가가 나올 때 움직였냐?"이 나왔을 때도 언론담당관은 우리 측에 답변을 안 해도 된다며 손으로 신호를 보냈습니다.

허재 감독이 회견장에서 화를 낸 데는 당일 중국이 준결승전 경기 전에 대회 관례를 깨고 이상한 신경전을 펼친 것도 한몫을 했습니다.

중국과 4강전 때 홈팀은 흰색 유니폼을 입은 우리나라였습니다. 홈팀은 선수 소개나 국가 연주를 나중에 하는데 대회조직위원회가 이날만은 한국-중국 순으로 하자고 우리 측에 양보를 요청했습니다.

중국팀을 나중에 소개하면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의 함성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분위기가 더욱 달아오르는 만큼 국가 연주 때도 마찬가지로 이런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속셈이었는데요, 허재 감독은 물론 '안 된다'고 맞섰지만 조직위원회는 우리선수단의 뜻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뜻대로 강행을 했습니다.

이런 신경전 때문에 중국 국가가 나올 때 우리 선수들의 마음이 결코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일부 선수들의 자세가 흐트러진 것이 사실입니다. 경기까지 진 데다 허재 감독까지도 결국 중국기자의 도를 넘는 질문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말았습니다.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좋은 복수는 그 팀을 꺾는 것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그날 준결승전에서 중국을 눌렀더라면 더 좋았을텐테 말입니다.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 선수단이 내년 플레이오프를 잘 통과해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고, 또 거기에서 중국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둔 다면 이번 일에 대한 좋은 분풀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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