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가계, 개인, 기업, 정부 모두의 절감 노력이 필요하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주체가 바로 기업이다. 산업체 소비 전력은 전체 전기사용량의 60%에 육박할 정도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절전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수출 산업, 특히 중공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정부는 산업용 전력을 농사용 다음으로 싸게 매기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을 ㎾h당 100원으로 가정하면 일본은 266원, 프랑스는 183원, 미국은 117원이고, OECD 전체 평균은 184원 수준이다.
현재 산업용 전기료는 1kWh에 84원으로 121원이 넘는 주택용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혜택의 대부분을 대기업들이 받고 있다. 전기 씀씀이가 많은만큼 전기요금 절감액도 커지는 것이다. 국감에서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작년 한 해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가장 많은 3천39억 원의 요금을 냈으나, 만약 일본 요금을 적용받았다면 8천83억 원을 부담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포스코가 납부한 2천576억 원도 일본이었다면 6천851억 원을 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기사용량 상위 10대 기업을 보면 1위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소비전력 만큼을 원가 이하로 판매함으로써 발생한 한전 손실액은 3천 9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2위가 현대제철, 3위 포스코, 4위가 LG디스플레이, 5위 하이닉스, 6위 LG화학 등 대기업 일색이다. 주로 수출기업, 전기를 많이 쓰는 중공업 업종들이 값싼 산업료 전기료의 주된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값싼 전기료를 업계가 과연 고마워 하느냐.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익숙해진 만큼 오히려 전기 소비를 늘리는 역작용을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산업용 전기소비량은 전년대비 12%나 증가했다. 주택용과 일반용이 각각 6%, 8%로 한자릿수가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폭의 증가다. 물론 수출이 잘 되어서 산업 생산 자체가 늘었다고 업계는 항변할지 모르지만 한 해 12% 소비량 상승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이렇게 전기요금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어떤 면에서 보면 불법적인 보조금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중공업 산업이 우리 경제를 먹여살리던 때보다 지금은 산업 기반이 많이 다양해졌다. 중소기업의 비중, 역할도 커지고 산업 생태계의 변화도 감지된다. 그런데도 에너지 관련 정책은 여전히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고 있다.
아마 산업용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하면 대번에 철강업체, 석유화학업체 등에서 볼멘소리를 할 것이다.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비용인상 요인을 주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만이 나올텐데, 지금 전력 소비량은 국가 근간이 뒤흔들릴 정도의 위기에 직면한만큼 기업도 엄연한 우리 경제주체로서의 역할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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