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중동 곳곳에서 내전 조짐

[취재파일] 중동 곳곳에서 내전 조짐
안녕하십니까? 카이로입니다.
중동 지역 전체를 뒤흔들었던 민주화 요구 시위가 곳곳에서 내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력진압 끝에 스스로 물러난 튀니지와 이집트의 독재자들에 이어 리비아에서는 시민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함락한 이후 일부 지역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데요, 이번엔 예멘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1. 이번엔 예멘..전면 내전 비화하나(?)

               



그동안 아랍권에 관한 국내 언론의 관심이 리비아에 쏠려 있었던 사이 예멘에서 무려 7개월에 걸친 반정부시위가 계속돼 왔는데요, 지난 주말 수도 사나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시위 과정에서 무차별 발포가 있었습니다.

33년 째 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을 옹호하는 정부군이 기관포에 로켓포까지 동원해서 시위대를 공격하면서 일요일에만 26명이 숨졌고, 월요일에도 적지 않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병사들이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반정부세력에 합류해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알 카에다 근거지인 예멘 남부는 물론 수도 사나로까지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교전이 확대된 것이죠.

살레 대통령은 지난 6월에 대통령궁에서 폭탄 공격으로 중상을 입고 사우디 아라비아로 피신해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당장 물러나라는 반정부세력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살레 대통령측이 권력이양 협상을 제안한 상태지만 이게 제대로 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리비아에 이어 예멘마저도 내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2. 리비아 내전…美-英 정보기관 "카다피 정권과 밀착 의혹"

리비아에선 나토공습을 주도하며 시민군 측을 적극 도와 온 서방 국가들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카다피 정권과 긴밀하게 협력해 왔던 기밀서류들이 발견됐는데요, 기밀문건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들이 카다피측에 반카다피 성향 반체제 인사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일부 용의자들의 신병을 넘기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시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에 의해 태국 방콕에서 생포돼 카다피 치하의 리비아로 압송돼 7년동안 투옥과 고문으로 고통을 당했던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시민군의 트리폴리 함락 작전을 이끌며 현재 트리폴리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압둘 하킴 벨하지 사령관입니다. 벨하지 사령관은 이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국과 영국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벨하지 사령관은 현재 시민군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과의 관계를 망칠 생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국익을 명분으로 아프간의 탈레반,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지원하다 상황이 바뀌자 다시 그들에게 총구를 겨눈 역사가 있죠. 이번 리비아의 경우에도 서방국가들이 표면적으로는 '정의'와 '인권'을 내세우며 시민군을 지원했지만, 카다피와 밀월 관계를 즐겼던 과거가 드러나면서 결국 석유를 포함한 각종 이권 앞엔 언제라도 동지에게 등을 돌리고 적과도 손 잡을 수 있다는 속셈을 들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3.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UN 회원국 가입 문제 논의

이번 주 중동평화 정착의 분수령이 될 팔레스타인 문제가 또 한 번 큰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압바스 수반이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데요, 몇 년간 계속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직접 유엔에 팔레스타인을 정식회원국으로 받아달라는 승인안을 제출하기로 한 것입니다.

당연히 이스라엘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부시와는 다른 중동정책을 추진하겠다던 오바마 행정부 역시 이 문제에 있어서는 부시 행정부와 별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겉으로는 평화협상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 내 친이스라엘 세력의 강력한 로비에 밀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승인을 주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그리고 유럽의 몇몇 나라들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승인안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독립국가로 가는 길이 열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미국이 결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이번 유엔 총회 이후가 더 문제인데요, 이스라엘이 이번 건을 문제삼아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시민혁명 이후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는 반미, 반이스라엘 감정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이 지역 전체가 정정 불안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어려움을 표현한 이 곳 언론의 만평 보시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승인 문제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스라엘 국기가 걸린 장벽을 맨손으로 내려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여론은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이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위에서 거부권을 갖는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반대를 극복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4. 이집트, 시민혁명 후 첫 선거 11월로 확정

이집트에서는 계속 미뤄져 온 의회 선거 일정이 오는 11월 21일로 확정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집트 국민들은 무바라크 30년 독재 몰락 이후 처음으로 민주적인 자유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데요, 문제는 새로 만들어진 정당만 수십 개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고 치안부재로 강력범죄가 10배 이상 늘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선거가 제대로 치뤄질 수 있겠냐는 걱정들이 적잖은 상황입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이스라엘 대사관 피습사건을 핑계로 무바라크 시절 정적을 탄압하는 데 악용됐던 비상조치법을 부활한 데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이 만평은 과도정부의 샤라프 총리가 비상조치법 부활을 발표하자 저 사람이 과연 시민혁명으로 만들어진 과도 정부 총리인지, 아니면 무바라크의 끄나풀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또 다른 만평은 민주화 조치 이행과 희생자 보상 문제엔 관심도 없던 과도 정부가 발 빠르게 비상조치법을 부활한 것을 비판하고 있는데요, 시민혁명 희생자 가족과 빈민들이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받으려면 외국 대사관을 공격해서 국기를 끌어내리는 편이 낫겠다고 비꼬고 있습니다.

올해 초 중동을 휩쓴 시민혁명의 연속선상에서 중동 각국은 바람잘 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유 선거와 유혈사태, 그리고 이도 모자라 내전 양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아랍권의 역사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추이를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