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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지노 자본시장'…변동성 극심

작전,투기세력 활개 속에 가치투자 실종 우려

[취재파일] '카지노 자본시장'…변동성 극심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미국 유럽 등에 외부 변수가 생기면 다른 아시아국가들보다 떨어질 땐 더 크게, 오를 땐 더 큰 폭 오른다.

이번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장이 흔들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이후 최근까지 코스피는 하루 평균 3%에 가까운 변동성을 나타냈다. 미국의 다우지수 변동성이 2.3% 정도로 오히려 코스피보다 작았다.

이렇게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큰 것은 외국인 비중이 높기 때문인데 국내 증시 외국인 비중은 31%에 달한다. 인도 19%, 인도네시아 17%, 중국 9% 등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 들어와있는 외국인 자금 가운에 유럽자금이 많은 것도 이번 위기 국면에서 변동성이 더 커진 이유. 유럽 자국의 사정이 안 좋아지다보니 서둘러 자금을 빼내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증시의 변동성이 크면 단기매매의 유혹이 커지게 마련이고, 투기나 작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인위적인 시세조종은 또다시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악순환의 단초가 된다.

최근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관련주가 급등했다가 출마 포기 후 급락하는 등 '정치인주'를 비롯한 각종 테마주에 투기세력들이 몰려드는 것도 대표적인 예다. '박원순 주', '박근혜주' 등 작전세력은 테마주를 먹이감으로 삼아 실제 기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주가를 띄우고, 갑자기 빠져나가는 수법으로 다른 개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떠넘긴 것이다. 심지어 일부 증권 케이블 방송 진행자들이 미리 주식을 매집해놓고 방송으로 주가를 띄운 후 차익을 챙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버젓이 자행되기도 한다.

변동성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커지다보니 그 등락폭을 활용해서 많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판단한 것이다.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시세조종이 성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자금 여력이 충분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달러를 대량으로 매수해 원달러환율을 끌어올리고 재빨리 달러를 팔아서 차익을 챙기는 수법도 동원되고 있다. 요동치는 환율은 국가 경제 불안요인이 되고, 기업들의 영업전략 수립에도 장애가 된다.

파생상품 시장은 도박판 수준이다. 원래 옵션 등 파생상품은 위험회피를 위해 헤지를 하는 수단인데 그런 부분의 거래보다 한탕주의에 기반한 베팅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 그런 거래 속에서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세계 1위로 커졌다.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 여의도에는 솔깃한 소문이 돌았다. 한 증권사 여직원이 폭락장에서 풋옵션으로 수십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얘기가 꽤 그럴듯하게 번져갔다. 이런 풍문 등은 투기심리를 더 부추겨 옵션거래는 위험분산이 아니라 대박을 좇는 사람들의 투기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결국 이런 불안한 장이 반복되다보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우량주를 사서 장기 보유하라'는 주식거래의 ABC가 고리타분한 얘기로 들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연금 못지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하락장에서 멀리보고 주식을 사지 않고 대거 주식을 팔아치우는 단타매매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개인투자자들에게 장기보유, 장기투자 권유는 그야말로 허황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투기'와 '투자'의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카지노에서 도박하듯 운에 맡기는 식이면 '투기', 기업의 가치나 재무제표를 분석해 이익이 날 확률이 높을 경우 행동에 옮기는 것은 '투자'라고 설명들을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바로 레버리지, 빚을 일으켜서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부분은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빚을 내서 주식투자하는 신용거래나 미수거래에 대한 위험성 경고가 부쩍 잦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개인투자자들이 중장기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내재가치가 있는 기업, 그런데도 저평가된 기업을 선별하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요즘 우리 자본시장은 그런 시도를 하는 것 조차 헛짓에 바보스러운 일로 여겨질만큼 단기 수익에 울고웃는 상황이 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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