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유물 '나몰라라'…불타고 찢긴 채 방치

한승희 기자 rubyh@sbs.co.kr

작성 2011.09.19 20:53 수정 2011.09.19 21: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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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최근에 독도 문제를 겪으면서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셨을 겁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궁중 유물이 박물관에서조차 방치된 채 위험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승희 기자가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기자>

조선시대 왕의 초상화 '어진'입니다.

한국전쟁 때 대부분이 불에 타버려, 단 5점만 남아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익종 어진'.

타들어간 부분이 재로 변해 조금씩 부서져 내리고, 비단은 갈라져 가고 있습니다.

급한대로 유리 액자 속에 넣어서, 누인 채 보관 중입니다.

[김연수/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 : 충격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있으면 재이기 때문에 굉장히 취약하거든요. 보존수리해서 좀 더 안정된 상태로 더이상 (훼손이) 진행되지 않게끔 해야 되는 거죠.]

왕이 있던 장소 뒷편에 서 있던 '일월오봉도' 병풍.

쪽빛 하늘을 그린 안료는 마찰로 인해 떨어져 나갔습니다.

비단도 군데군데 계속 찢겨져나가고 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전체 유물 4만2000여 점 가운데 훼손된 채 방치된 것은 70% 가량인 3만여 점.

이 가운데 5000여 점은 당장 보존 작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긴급' 상태입니다.

나머지 2만5000여 점도 가능한 빨리 보존처리를 하도록 분류됐습니다.

이 많은 잠재적 문화재들이 훼손이 심하다보니 국민들에게 전시되지 못한 채 창고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보존처리를 담당하는 정규직 연구사는 단 3명뿐입니다.

왕과 왕비의 공덕을 옥돌에 금으로 새긴 이 '어책'은 3년째 보존작업 중이지만, 진행률은 30%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선교/국회 문화관광위원회, 한나라당 : 우리가 참으로 어렵게 찾아낸 소중한 문화유산인데 이것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많죠. 물론 해당부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적절한 예산과 인력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긴급' 처리가 필요한 5000여 점의 유물만 처리하는데도 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식, 영상편집 : 공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