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비자들 정말 똑똑합니다. 그래서 불만도 요구사항도 많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애플사의 아이폰 A/S에 대해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애플사는 이런 국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 더욱 빈축을 샀습니다. 전 세계 공통의 기준과 방법으로 AS를 해주는데, 왜 유독 한국만 그렇게 말이 많으냐는 거죠. 심지어 국회에서도 당당했습니다. "우리의 A/S 기준은 전 세계 동일하기 때문에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애플의 콧대가 드디어 한풀 꺾었습니다. 아이폰 A/S 약관을 수정해 한 달 이내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반품된 아이폰을 재조립한 중고 폰인 리퍼폰이 아니라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기로 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동일하게 적용받게 된 건데요, 이 당연한 기준을 적용받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약관 수정을 주관한 공정거래위원회도 잔뜩 고무된 분위기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아이폰 보증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는 문구까지 보도 자료에 넣을 정도였으니까요.
공정위의 노력으로 일단 아이폰 A/S문제 해결의 첫 걸음은 시작된 건 명백한 만큼, 그간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구입 후 한 달 안에 문제가 있는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해 준다고 약관을 바꾼 것만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 대부분의 불만은 조그만 부품 고장에도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폰을 수리해 주는 사설정비업체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사설정비업체에 수리를 맡긴 한 직장인은 그 곳을 찾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뒤 케이스가 깨졌을 뿐인데, 29만 원이나 내고 리퍼폰으로 바꾸는 게 부담스러웠다는 겁니다. 사설정비업체에서는 정품은 아니지만, 몇 만 원으로 케이스만 교체가 가능했습니다.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지 2년 가까이 됩니다. 결국, 1년 무상 A/S기간이 넘은 사용자들이 이제는 많다는 겁니다. 그들은 조그만 고장에도 A/S를 받을 때는 온전히 리퍼폰 교체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애플사는 부분 수리를 할 수 있다고 항변을 합니다. 아이폰 4 기준으로 진동모터, 카메라, 배터리, 기판에 대해서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과연 부분수리를 받을 수 있다고 느낄까요? 외국 기업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 우리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좀 더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곧 아이폰 5가 출시된다고 합니다. 아이폰 5도 그동안의 A/S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에 반품되는 제품이 많지 않을 텐데 그럼 아이폰 5를 구입하고 한 달이 지나 고장 난 고객은 반품된 제품이 들어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또 재연될 것만 같습니다.
애플사와 국내 소비자들의 싸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