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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뒤바뀐 유골…책임은 누구에게?

산사태에 100% 천재지변이 있을 수 있을까?

[취재파일] 뒤바뀐 유골…책임은 누구에게?

지난 7월 경기도 일대를 휩쓸고 간 수해로 주변 공원묘지 곳곳이 큰 피해를 봤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추석을 앞두고 공원묘지 대부분이 복구가 안 된 상태라는 이야기를 접한 뒤 그렇다면 추석에 수해로 부모의 분묘가 훼손돼 성묘를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스에 다루기로 결정했습니다. 경기도 광주와 포천 일대의 공원묘지를 뒤지던 가운데 안타까운 동시에 미스터리한 사연을 듣게 됩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경기도 포천시의 한 공원묘지의 경우는 수해로 분묘의 일부가 쓸려서 사라졌는데 21구의 유골이 흙더미에 쓸려 내려갔습니다. 현장을 가보니 처참합니다. 마치 산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공원묘지의 한 가운데가 움푹 파인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중장비도 쉽게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공원묘지 측도 아예 손을 놓은 채 사고 현장은 흉물스럽게 버려져 있었습니다.

유족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공원묘지 측은 21구 유골의 수습과 확인을 한 대학 법의학팀에 의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생전에 부러진 발목에 금속판을 덧대는 수술을 받은 어머니의 시신을 찾아 나섭니다. 법의학팀에 어머니의 특징을 설명해줬지만 발굴된 유골 가운데 그런 흔적이 있는 시신은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일 것으로 여겨지는 유골에 금속판이 박혀있는지 봐달라고까지 했는데 그런 것은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법의학팀이 A씨가 자신의 어머니로 지목했던 유골을 B씨의 어머니 유골로 판정해 건네줬는데, 막상 그 유골을 화장해보니 A씨가 애타게 찾던 바로 그 금속판이 나온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른 유족까지 과연 자신들에게 건네진 유골이 부모와 조상의 것이 맞는지 확인을 요청하면서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해당 법의학팀은 유족에게 유골이 쓸려 내려오는 과정에서 금속판이 유골에 박히거나 수의에 묻어서 나올 수 있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과연 그런지, 저명한 법의학자인 이윤성 서울대 교수를 찾아 조언을 구했습니다. 이윤성 교수는 발목에 덧대는 금속판의 경우 3센티미터 이상 길이의 나사를 뼈에 박아 단단히 고정을 시킨다고 합니다. 그 금속판의 경우 6개의 나사가 쓰였고요. 또한, 시간이 지나면 뼈가 금속판을 붙잡듯이 고착 상태가 되기 때문에 드라이버 같은 것으로 억지로 돌려빼지 않는 이상 금속판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거죠. 때문에 산사태 과정에서 빠져서 다른 유골에 박히거나 묻어 나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명료하게 말씀해주시더군요.

취재진은 좀 더 명확한 상황 파악을위해 해당 법의학팀에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한 확인을 위해선 유전자 검사밖에 없는 상황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1회 120만 원 가량이 드는데 뼈에는 염색체 양이 적어 한 번에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죠. 또한, 유골이 한 두 개가 아닌 만큼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유족과 공원묘지의 갈등은 이 비용에서 비롯됩니다. 유족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유골을 찾아줄 것을 요구했고 만약 자신의 부모 것이 아닌 것으로 나오면 공원 측에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습니다. 공원 측은 처음에는 유전자 검사를 해주겠다고 했다가 유골이 뒤바뀐 경우 책임을 지라는 요구에 돌연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제시한 것이 계약서에 나와 있는 약관입니다. "천재지변으로 분묘가 훼손된 경우 공원 측은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유골 확인은 물론 이장 비용까지 묘주들이 다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묘지가 붕괴된 것이 과연 천재지변 때문만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여름 비 때문에 생긴 산사태의 경우 70~80%가 도로와 인도, 텃밭, 묘지 등 인위적인 조성물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산사태를 보면 원활하게 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어 한 곳으로 빗물이 쏠리다가 결국 취약한 부분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이교수는 해당 공원묘지도 무너져 내린 곳의 위가 바로 도로였고 산 위에서 내려오는 경사면이었음을 지적합니다. 물이 계속 흘러내려오는데 배수가 안 되면서 취약지구에 몰렸다가 사고가 났다는 것이죠.

또한, 산처럼 경사진 곳은 예를 들어 빗방울이 10개가 떨어지면 1개 정도가 땅에 흡수되는데 계단식으로 조성된 공원묘지의 경우 빗방울 10개가 떨어지면 7개 정도가 땅에 흡수된다는 것이죠. 결국 많은 빗물을 땅이 머금고 있다가 한계가 오니 자연히 붕괴가 된다는 이론입니다. 폭우로 인한 피해는 100% 천재지변이 없다는 말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위의 이야기는 모두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적은 것 뿐입니다. 하지만, 공원묘지 측이 약관만 들어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유족들은 분묘가 무너져 성묘를 가지 못한 것도 분하고 억울한데 진짜 부모의 유골이 맞는지 확인도 못하면서 하루하루 고통스럽고 죄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대부분 사설 공원묘지들이 천재지변에 대한 약관을 똑같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족들에게 유전자 검사는 물론 발굴 비용과 이장 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는 마당에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이 곳 공원묘지만이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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