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 다들 보셨나요? 저는 지난 7월말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던 '옥수역 귀신'을 스마트폰을 통해 처음 보게 됐습니다. 공포 웹툰이라는 것만 알았지, 손이 튀어나온다거나, 매우 무서울 수 있다는 사전 정보 없이 덜컥 만화를 본 것이지요.
하필 사람도 많은 지하철 안에서 '옥수역 귀신'을 보게 됐는데, 갑자기 화면을 통해 손이 불쑥 튀어나와 소스라치게 놀라며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두 웹툰을 보고 놀란 수많은 네티즌들 가운데 한 명이 저였고, 이후 '봉천동 귀신'까지 접하면서 이 작가를 취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특히 '봉천동 귀신'은 미국 유명 만화가 스콧 맥클라우드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소개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습니다. 외국 네티즌들이 자신이 놀라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들을 유투브에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추석 전 날인 지난 11일, 호랑 작가의 집을 찾았습니다. 호랑 작가의 웹툰 작업실은 자신의 방이었는데요, 보통 남자들의 방(?)과는 달리 가구와 소지품들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습니다.
호랑 작가는 과거 게임회사에서 '모델러'로 근무했다고 합니다. 당시 경험을 살려 물체를 찰흙으로 빚듯이, 360도 입체요소를 만화에 하나, 하나 표현해줬습니다. 이른바 '3차원 모델링 기법'이죠.
또 컴퓨터 화면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그 값(위치)을 읽어와서 특정한 위치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작 '구름의 노래'에서는 어떤 컷에서 노래나 음성이 나왔고, 이번 '옥수역 귀신'에선 손이 튀어 나온 것처럼 말이죠. 쉽게 말해, 웹툰을 보는 독자가 스크롤을 특정한 위치에 내렸을 때, 음악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멀티미디어 효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사전에 설정을 한 것입니다.
호랑 작가가 웹툰에 이런 시도를 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컴퓨터라는 장치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거죠. 기존 웹툰이 손으로 한 장, 한장 넘겨서 읽던 출판 만화를 컴퓨터 안에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본다면, 그걸 굳이 컴퓨터에 옮길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컴퓨터는 노래도 듣고, 영상도 볼 수 있는 새로운 매체입니다. 이 매체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훨씬 새롭고 재미있는 웹툰을 만들 수 있겠죠? 바로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호랑 작가는 만화에 조금 새로운 시도를 한 것 뿐입니다. 컴퓨터의, 혹은 '웹툰'의 활용가치를 높인 것이죠.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호랑 작가의 이른바 '3D 웹툰'은 "입맛에 맞는 만화"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귀신 만화가 네티즌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이유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호랑 작가에게 '3D 웹툰'의 중요한 제작 기밀을 이렇게 누설해도 되겠느냐고 웃으며 물어봤습니다. 작가는 스크롤 값을 읽어오는 방법은 이미 예전부터 작가들과 공유해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누구나 새로운 웹툰, '2세대 웹툰'을 만들 수 있다면서 말이죠.
웹툰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만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는데, 이제는 웹툰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네티즌들을 '봉천동 귀신'이나 '옥수역 귀신'보다 훨씬 더 놀라게 할 웹툰들이 계속 소개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듭니다. 까다로운 네티즌들의 오감을 사로잡기 위한 만화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덧붙임.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의 실화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은데요, 네티즌 가운데 한 명으로서 궁금했던 제가 직접 호랑작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팩트(fact)' 아니고, '픽션(fiction)'이에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