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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루이비통 공항점 개점…신라면세점의 '오버'

[취재파일] 루이비통 공항점 개점…신라면세점의 '오버'
지난 10일 인천공항 면세점에 이른바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문을 열었다. 루이비통을 유치한 신라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 측은 전세계 천7백 개 공항에 루이비통이 최초로 들어왔다며 열정적으로 홍보를 해 왔다. (루이비통 입점을 둘러싸고 수수료 문제나 타 브랜드와의 형평성 등은 그 동안 많이 나온 이야기니 각설하자.)

그들은 루이비통의 본국인 프랑스의 드골 공항에서도 루이비통을 유치하려 했는데 실패했다는 말까지 전하면서 큰 일(?)을 해낸 것에 매우 고무돼 있었다.

하지만 면세점이 원래 외국인을 상대하는 매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일반 백화점이나 매장에서 곧바로 '세금 환전'을 해 주고 있어 공항면세점에 굳이 매장이 들어올 이유는 없어 보인다.

또, 루이비통 입장에서는 최근 명품 시장의 신흥강자인 중국의 경우 면세점에서도 짝퉁을 파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아시아 국가들의 구매력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 입점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아시아 시장의 전진기지로 말이다. (일본은 아예 별도의 시장으로 분류) 이브 카셀 루이비통 사장도 '한국은 4대 시장'이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 동안 루이비통 측은 자신들 제품은 공항에서 오가며 대충 보는 물건이 아니라 오래 보고 느끼며 구입하는 것이라며 그 동안 공항에 입점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한국, 그것도 인천공항에 들어온 것은 뭔가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이유야 어찌됐든 그 동안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기사들도 많이 나왔던 만큼 개점식에도 많은 기자들이 와서 취재를 했고 루이비통 관계자를 인터뷰해 갔다.

이 과정에서 루이비통은 취재 조건도 매우 까다로왔다. 우선 실내 행사 취재에 대해 루이비통 측은 허가를 받은 취재기자는 허용하지만 영상기자의 경우는 무조건 안 된다고 밝혔다. 루이비통의 내부 인테리어가 노출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영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이마저도 먹혀들지 않았다.

물론 자신들의 내부 행사이고 정식 개점 전에 하는 것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부 인테리어가 영업 비밀이라면 취재진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문제니까 말이다. 공사기간 동안 외부차단막을 찍는 것조차 민감하게 대응했던 그들에게 개점식이니 매장 내부를 찍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순진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 행사가 인천공항공사의 행사이기도 한 만큼 공사 측 촬영진이 행사장에 들어가 촬영을 하는 것은 허가를 해준 듯 했다. 방송사 입장에서 공사 측의 화면을 제공받아 쓸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그런데 공사 측도 화면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껄끄러워 하고 있었다.

이유인 즉슨, 행사를 진행하는 또 하나의 축인 신라면세점에서 자신들 회사의 오너, 이부진 사장이 화면에 노출되는 것을 문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공사 측은 “호텔신라 측이 이부진 사장이 외부 화면에 나오게 되면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신라면세점 측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공사 측에게 취재 목적이 이부진 사장이 아니며 이 사장이 굳이 화면에 나올 이유도 없다고 설득한 뒤 화면을 받기로 했다. 방송사는 매장내부 취재가 안 되는 상황이었고 전경을 찍기 위해서는 면세지역 밖에서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테이프 커팅식을 하기 위해 이부진 사장과 루이비통 관계자 등이 나타났다.

VIP들이 행사장으로 들어간 뒤 매장 취재를 하려고 면세지역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신라 측에서 행사가 끝난 뒤 들어올 수 없겠느냐고 공사 측을 통해 제의를 해 왔다. 역시 이유는 같았다. 사장이 화면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취재에 제한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부진 사장이 취재 대상도 아닌데 면세지역의 일부 매장소유주가 면세지역 취재를 들어오라 마라를 이야기하는 것은 더욱 납득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 말에 관계없이 취재를 했고 우리가 취재하러 들어가는 동안 이 사장 일행은 이미 행사를 마치고 공항을 나갔다.

현장에 취재를 나가보면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은데 주변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인의 장막을 치며 취재를 막고 하다가 불상사가 일어나는 경우들이 많이 생기곤 한다. 이번에는 아예 그런 일을 안 만들기 위해 호텔신라 관계자들이 앞서 준비를 하신 모양인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오버 액션’으로 오히려 자신들이 공들여 입점시킨 브랜드 개점식에 사람들의 눈쌀만 찌푸리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그 행사에 취재를 나온 기자들은 루이비통의 오프닝 행사를 취재하러 온 것이지, 자신들의 사장 동정을 살피러 온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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