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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유골 '날벼락'…유족들 불안감 확산

<8뉴스>

<앵커>

지난 7월 중부 지방에 휘몰아친 폭우로 공원묘지 곳곳도 큰 피해를 봤습니다. 이곳에 조상을 모신 후손들은 추석 성묘를 하지 못하는 건 물론, 유골이 뒤바뀌었을지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현장 줌 인, 정규진 기자입니다.



<기자>

수마가 할퀴고간 경기도 일대의 공원묘지는 1000구가 넘는 분묘가 훼손됐습니다. 

피해는 컸고, 복구는 더딥니다.

지난 여름 분묘가 무너져내린 곳은 이처럼 비닐로 덮인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습니다.

중장비가 닿지 않는 곳이 많아 완전복구는 해를 넘길 전망입니다.

[공원묘지 인부 : 싹 쓸려나가고 바닥만 있는 상태, 저기는 시신이 다 떠내려가고 없는 상태…]

경기도 포천의 한 공원묘지 역시 수해로 21구의 유골이 유실됐습니다.

7년 전 어머니를 이곳에 묻은 조석준 씨도 화를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조 씨는 공원묘지 측의 법의학팀에게 어머니가 생전에 발목이 부러져 금속판을 덧대는 수술을 받았다고 알려줬습니다.

그런뒤 자신의 어머니로 여겨지는 유골을 지목했지만, 금속판이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조석준/묘지 유실 유족 : 다리가 완전히 부러져 철심을 박았는데 시신 21구에서 안 나왔다는 거예요.]

조 씨가 지목했던 유골은 다른 유족에 건네졌습니다.

그런데 화장을 해보니 없다던 금속판이 나왔습니다.

황당하기는 어머니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다른 유족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덕희/묘지 유실 유족 : 철심 같은 게 있고, 피스가 4개가 발견이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경악을 했습니다.]

유골에서 나온 금속판이 어떤 것인지 조 씨 어머니를 수술했던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이재훈/조석준 씨 어머니 수술집도 의사 : 제가 수술했을 때 설치했던 금속판과 동일한 종류였고…]

묘지측 법의학팀은 비에 쓸려 내려오는 유골에 금속판이 박힐 수 있다고 유족들에게 해명했습니다.

그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윤성/서울대 법의학 교수 : (금속 고정물은) 뼈조직이 강하게 결합을 하기 때문에 웬만한 힘으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만일 치료받지 않은 사람을 화장했는데 그런 금속 고정물이 나왔다면 그건 그 사람의 뼈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뼈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유족들까지 불안감이 번지고 있습니다.

[박상일/공원묘지 유족 대표 : 나중에 정말 모르는 분하고 어머니하고 합장을 해야 될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정확한 판별을 위해선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데 유골 1구에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예상됩니다.

공원묘지 측은 천재지변으로 무덤이 훼손된 경우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약관을 들며 비용부담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공원묘지 관계자 : 만약에 (어머니 유골이) 아닐 경우에는 법으로 하시든지 그건 묘주께서 결정하신대로 하십시오.]

한가위를 맞아 성묘는커녕 부모의 유골이 맞는지 확인도 못하는 유족들의 마음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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