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불황에 몸부림치면서, 요즘 주식시장에도 뚜렷한 호재를 찾기 어렵다. 이런 때를 틈타 '정치인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다.
'테마주'는 종류도 참 많다. 고유가 때는 '에너지 테마주', 정부가 녹색성장 기치를 높히면 '녹색 테마주' 등 때마다 반짝 시류에 기승해 관심이 커지는 종목들이 형성된다. 적절한 이유와 근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기대감과 희망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소재가 꺾이게 되면 급락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치인 테마주는 단연 '안철수 테마주'다. 지난 5일 안철수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제기된 후 안 원장이 최대주주인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는 등 사흘 동안 38%가 급등했다. 하지만 안 원장의 불출마 선언 후 곧장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안철수연구소는 보안 관련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그 자체로 기업가치가 충분한 기업이지만, 최근 아무 실적 개선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형적인 테마주 움직임이다.
반면 안 원장이 지원 의사를 밝힌 이른바 '박원순 테마주'는 급등했다. 박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는 풀무원홀딩스, 재단 임원으로 활동한 웅진 홀딩스, 심지어 박 변호사와 경기고등학교 동기동창이라는 -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해서 친분이 있다고 하네요 - 분이 회사 대표로 있는 기업 주가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테마주가 대부분 신기루라고 지적한다. 뭔가 영향력있는 인물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는 게 나중에 어떤 기업 실적으로 이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데도 급등했다는 것은 반대로 보면 급락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테마주가 얼마나 엉뚱하게 움직이느냐는 몇가지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안철수 원장과 막역한 사이인 '시골의사' 박경철 의사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KT뮤직이란 기업이 안 원장 출마설과 함께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후보단일화 이후 하한가로 추락한 것도 그렇다.
대표적인 테마주를 형성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대선주자로 오르내리는 문재인, 박근혜 등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루머가 돌았던 '대현'이란 기업의 주가 흐름을 보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증권 사이트를 중심으로 문 이사장과 눈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된 한 남자의 사진이 퍼졌는데, 이 남자가 대현의 대표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된 것.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대현의 주가가 연일 급등했는데, 결국 며칠만에 사진 속의 인물이 대현의 CEO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가는 폭락세로 돌아섰다. 대현 측은 그런 루머가 퍼지며 주가가 급등하는데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고, 대주주가 주가가 올랐을 때 대거 주식을 팔면서 고의로 묵인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테마주'는 가짓수도 많고 때때마다 등장하는 기업도 많다. 박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저출산 복지구상을 밝히면 아가방 컴파니, 보령메디앙스 등 저출산 대책 테마주가 급등하고, 박 전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 씨와 관련된 기업도 주가가 출렁이는가 하면, 심지어 박근혜 지지모임 회원이 사장으로 있는 기업도 주가가 오르내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상식적으로 정치인 테마주가 허상이고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알만 한데도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증시 전문가들은 역시 '주식은 소문에 사고 뉴스에 산다'는 믿음을 정치인 테마주에도 적용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무리 단기간 급등이 위험하다고 해도 일단 편승하고 보는 것이다.
또 최근 세계경기 침체 국면에서 주식시장에는 악재 투성이일뿐 마땅한 호재를 눈씻고 봐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정치인 관련 주식을 어떤 '재료'로 삼아 투자 근거로 삼고있는 형국인 것이다.
이런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기업하는데 정치적인 입김이 센지 과거 정권을 보면서 학습효과가 누적돼 왔으면 이렇게 매번 번번이 '정치인 테마주'가 등장하느냐 하는 지적이 그것이다. 지금은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도 일단 그 정치인이 전면에 부상하게 되면 학맥, 인맥 등을 통해 기업이 유무형의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믿음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태 정치가 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를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급기야 감독당국도 나섰다. 단기간에 급등하는 정치인 관련주에 작전세력이 개입했을 여지가 있다고 보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작전세력이 주가를 띄운 후 차익실현에 나서게 되면 거품이 순식간에 터지게 되고, 그러면 하한가에도 주식이 팔리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은 심각한 투자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서울시장 선거에도 이렇게 주식시장이 출렁이는데, 이제 대선국면이 되면 얼마나 많은 종목들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기업실적이나 주가 흐름과 무관하게 단기간에 급등락을 반복하는 종목은 의심해봐야 한다는 주식의 기본을 떠올릴 때다.
[취재파일] '정치인 테마주'의 실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는 '정치인 테마주'…대부분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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