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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주 강정마을, 그들은 왜 그렇게 싸우나?

[취재파일] 제주 강정마을, 그들은 왜 그렇게 싸우나?

제가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대나무에 매달려 있던 노란색의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었습니다. 이 깃발은 무려 4년 동안 갯바람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바닷가와 마을 사이에는 높은 울타리가 생겼고, 울타리 뒤로는 굴착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또, 망루에 올라가 쇠사슬로 온몸을 감고 시위 중인 주민, 삼중으로 마을을 포위하고 있는 경찰들. 마을엔 무거운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강정마을 논란의 시작은 4년 전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김태환 제주지사는 오랫동안 논란이었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민 1,500명에게 해군기지 유치여부를 물어보니 찬성이 54.3%로 반대 38.2%보다 많았고, 해군기지 건설이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면서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큰 사업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몇몇 마을에서 경쟁적으로 해군기지 유치에 나섰습니다.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발전이 더딘 지역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많은 사람이 모여 경기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기지 후보지로 거론된 강정마을이 있는 대천동, 안덕면, 남원읍 이렇게 3곳이었습니다. 이 세 곳을 대상으로 주민여론 조사를 한 결과, 대천동의 찬성률이 56%로 가장 높게 나타나 해군기지 최종 대상지로 확정됐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여론조사의 주민 대표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주민 일부가 모여 주민들 전체 의사를 묻지 않고 몇 명이 모여 거수와 박수로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입니다.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이듬해 9월, 해군기지에 관광미항과 크루즈항 기능을 가미한 민·군 복합 항을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던 제주지사가 광역자치단체장으론 처음으로 주민소환투표에 부쳐졌고, 주민들도 찬반으로 나뉘어 지금까지 수년째 대립해 왔습니다.

제주도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의회 등과 정책협의회를 열고, 갈등해소추진단까지 구성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놓지 못했습니다. 공사도 지연돼 해군은 총사업비의 14%인 1천405억 원을 들여 부지수용과 방파제 구조물 제작 등을 마쳤지만, 반대 집회 등으로 항만공사 공정률은 33%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주민과 해군, 시공사 등은 공사 추진과 반대를 놓고 법적 다툼을 이어가면 서로 깊은 상처만 내왔습니다.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포된 제주가 이제 갈등과 반목의 섬이 된 셈입니다.



그럼, 정부(국방부)는 왜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고 할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변화하는 동북아 상황 속에서의 국가 안보 때문입니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있어야 제주 남방 해역에서 군사 작전을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제주 남방 해역은 우리나라 수출입 물량의 95% 이상이 통과하는 지역으로 국가 생존권과 직결되는 해역이고, 원유를 비롯한 수많은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겁니다. 또, 주변 해역의 해양 분쟁이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측은 환경적인 문제와 평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설 곳은 환경적 가치가 매우 큰 곳인데다 인근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해양보호구역도 있어 자연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대규모 군 기지가 들어서면 제주가 국제분쟁의 중심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가안보와 평화, 경제적 이익과 환경훼손의 중요한 가치들이 충돌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논란 속에 반대 측의 저지로 공사 진행이 늦어지자, 해군은 지난 달 중순 경찰에 건설 중인 기지 시설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반대 측은 공사현장에서 해군의 공사 진행을 방해했고, 서귀포시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 등 5명이 업무 방해 혐의로 연행됐습니다. 연행을 하려는 경찰과 이를 막는 주민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주민들이 강 회장이 탄 경찰차를 에워싸고 승용차로 바리케이드를 쳐 8시간 동안이나 대치하기고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 수뇌부는 주민들의 공사 방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병력을 지휘했던 송양화 서귀포 경찰서장을 경질했습니다. 대신 충북지방경찰청 윤종기 차장(경무관)을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제주로 내려 보냈습니다. 한마디로 불법적인 공사 방해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또, 검찰도 기지 건설 반대 시위와 관련해 불법행동에 대해선 현장체포와 구속수사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강동균 회장 등 모두 7명이 구속됐습니다.

이 와중에 정부와 해군이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법원은 반대 측 시위자 37명 해군기지 공사장에 들어가거나 공사를 방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습니다. 또, 명령을 어길 경우에는 방해 한 번마다 한 명당 200만 원씩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사실상, 정부와 해군의 편을 들어준 것입니다.

이에 맞춰 경찰도 강정마을회가 공사장 근처에서 열겠다고 신고한 집회도 모두 금지했고, 국방부·국토부 장관도 담화문을 발표하고 기지 건설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마디로 어떻게든 기지 공사를 추진하겠다는 뜻입니다.

물론 반대 측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법원 결정에 개의치 않고 국민운동본부를 조직해 적극적으로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와 관련해 강정마을에서 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평화문화제를 추진했습니다. 문화제를 열어 기지 건설의 부당성을 알리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문화제 하루 전인 지난 금요일 새벽, 농성자들이 모여 있는 중덕삼거리에 경찰이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안에 있던 주민들을 밖으로 들어냈습니다. 그동안 해군은 마을과 기지 부지를 차단하는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법원에서 공사 진행이 합법이라는 판결을 받은 만큼 울타리를 쳐서 주민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공사를 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반대 측 주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던 공사장 정문 출입구 부근의 구조물도 다 철거했습니다. 이로서 해군은 주민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공사를 할 수 있게 됐고, 반대로 주민들은 공사장에 들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 3일 열린 문화제는 다행히 큰 마찰 없이 잘 진행됐습니다. 전국에서 이른바 '평화비행기'를 타고 2백여 명이 제주 강정마을로 날아왔고, 2천여 명의 시민과 사회운동가들이 문화제에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올레길을 걷고, 콘서트를 즐기며 해군기지 건설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평화를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달 1일 '2차 평화비행기'를 추진해 다시 문화제를 열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앞으로 강정마을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쉽게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기지 공사는 큰 차질 없이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행여 반대 측이 다시 공사를 방해할 경우 경찰과 해군은 주저하지 않고 중덕삼거리에 남아 농성하고 있는 이들을 밖으로 몰아내고, 망루나 컨테이너 등 구조물을 철거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지연됐던 공사를 서둘러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 측은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동자의 상당수가 구속되고, 공사장이 울타리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동력은 많이 떨어져 보입니다.

여기까지가 강정마을을 두고 벌어진 사실관계입니다. 이렇게 보면 찬성과 반대 구도가 선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보면 관계자들 이해관계자들의 속사정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특히 반대 측의 내부 입장이 미묘한데요, 우선 보상 문제를 두고 주민들 입장이 나뉘어 있습니다. 기지가 건설되면 마을 공동어장이 붕괴되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주로 해녀와 선주들에게 집중됐습니다. 그래서 주로 해녀들과 배를 가진 선주들이 기지 건설에 찬성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땅을 가지고 있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부 주민들도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입니다.

그러나 수적으로 다수인 나머지 주민들은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된 형편입니다. 우근민 도지사가 15만 톤급 크루즈 여객선을 유치하고, 그 외 다른 지원도 추가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해버렸습니다.

이런 미묘한 분위기는 동네 슈퍼마켓을 가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정마을 입구에는 슈퍼마켓이 2개 있는데, A 가게는 기지건설에 반대, B가게는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 가운데서도 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A 가게만 가고, B 가게는 찬성하는 사람들만 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일 있었던 평화문화제 때 동네 슈퍼마켓이 분풀이 대상이 됐다는 내용의 기사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문화제에 참가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이 트위터를 통해 "강정마을 오시는 분들, 슈퍼는 A가게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건너편 B가게는 해군기지 찬성 쪽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종교단체와 일부 시민사회단체까지 기지 건설 반대에 나서면서 일이 더 커졌습니다. 종교 인권단체와 반전·평화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제주도에 군사 기지가 들어서면 주변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할 것이고, 그럴 경우 전쟁이나 무력 충돌의 위험이 커진다고 반발합니다. 거기다 일부 노동단체까지 이 문제에 개입하며 문제는 더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됐습니다. 결국,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국가안보와 국제적 평화, 경제적 문제가 서로 얽힌 복잡한 상황입니다.

강정마을 사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면서 또 동시에 가치관과 이념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이해당사자들의 주장 모두 나름 타당성이 있고, 일리가 있습니다. 결국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자님 말씀' 같이 뻔하고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봅니다. 어느 하나의 생각이 결코 완벽할 수 없습니다. 또, 한 톨의 진실도 담고 있지 않은 사상도 없습니다. 서로 한 발 물러나서 호흡으로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는 모습, 그런 성숙한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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