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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숲의 요정 팔색조' 포천 광릉숲에 온 까닭은?

[취재파일] '숲의 요정 팔색조' 포천 광릉숲에 온 까닭은?

다방면에 걸쳐 재능이 있는 사람을 '팔색조' 같다고 합니다. 팔색조는 말 그대로 여덟가지 색깔을 지닌 새를 말합니다. 몸통은 남색과 코발트 색깔이 조화를 이루고 배에는 선명한 선홍색, 머리는 갈색과 검은색이 줄무늬 형태로 나 있는 그야말로 색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만 팔색조는 진귀한 여름철새입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팔색조의 주 서식지는 제주도와 완도, 거제도, 보길도 일대의 상록활엽수림입니다. 따뜻하고 비가 많이 오는 산간 계곡에 둥지를 마련하고 번식합니다.

지난 2005년 대전까지 올라와 번식한 적이 있고, 올해에는 창원에서도 번식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 팔색조가 경기도 포천 광릉숲에 날아들었습니다.

"팔색조, 올 봄 '광릉숲'에 둥지 틀어"



팔색조가 경기 북부까지 이동해 번식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주로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번식하다 상대적으로 추운 중북부 지방까지 올라온 건 다름 아닌 기후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팔색조의 주 먹이자원은 지렁이인데, 지렁이는 비가 많이 오고 숲이 우거진 땅에서 많이 서식합니다. 비가 오면 지렁이가 숨을 쉬기 위해 땅으로 올라오는 것을 떠올리면 됩니다.

올 여름에 중부지방에 비가 무척 많이 내렸습니다. 1년 강우량의 절반이 넘는 비가 6~8월에 쏟아졌습니다. 광릉숲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적인 자연보존림입니다. 숲이 잘 보존되다보니 먹이인 지렁이가 풍부해졌고, 팔색조의 서식지인 깊은 계곡이 잘 발달돼 있어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자가 팔색조의 둥지가 있는 광릉숲을 직접 방문해보니 주변엔 깊은 계곡이 있었고, 주변은 사람의 발걸음이 거의 없는 곳이었습니다. 결국 팔색조는 먹이와 번식지를 찾아 광릉숲에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광릉숲을 관리하는 국립수목원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팔색조는 4~5년 전부터 광릉숲으로 날아들기 시작해 둥지를 틀고 번식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팔색조가 광릉숲에서 공식 발견된 건 올해 처음이지만, 이미 광릉숲에서 번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팔색조의 광릉숲 번식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팔색조뿐만 아니라 삼광조 등도 광릉숲에서 관찰됩니다. 삼광조 또한 온난한 기후와 울창한 숲을 좋아합니다.

기후에 민감한 이런 희귀새를 발견한 건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기후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팔색조 번식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팔색조의 울음 소리는 매우 특이합니다. 지저귀는 다른 새와는 달리, 아쟁소리 같기도 하고 흉내내기도 힘듭니다. 팔색조가 울자 덩달아 다른 새들이 지저귀는 것으로 볼 때 팔색조는 숲의 전령, 숲의 골목대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팔색조 소리를 녹음기에 담아 숲에다 틀어놓으니 곤줄박이 등의 텃새가 날아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팔색조의 다양한 색깔은 단순히 보기 좋으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코발트와 녹색이 어우러진 몸통 깃털은 울창한 숲에서 보호색 역할을 하고, 선홍색 배 깃털은 천적을 쫓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팔색조를 내년에도 광릉숲에서 또 볼 수 있을까요?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고 중부지방에 강우량이 많아지면 팔색조는 경기 북부 뿐만 아니라 강원도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팔색조의 광릉숲 번식이 기후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광릉숲을 계속 번식지로 활용할지는 좀 더 연구관찰이 필요해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팔색조의 번식지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속도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팔색조는 이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가치가 있습니다. 이름만큼이나 고운 깃털을 가진 팔색조. 내년에도 광릉숲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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