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바구니엔 빨래가 가득합니다. 게다가 검은 오염물이 흐릅니다. 바닥에 놓인 탁자에는 젖병과 커터칼과 붓이 놓여 있습니다. 붓에도 검은 물감같은 것이 흘러 내리고 있습니다. 하수구에서 폐수가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한 여성이 그 물 속에 앉아 있습니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여자는 팬티스타킹만 입고 있고 베개에 기대어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민둥머리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두뇌 부분이 없습니다.
이 그림은 이진주 작가의 '오래된 오후'라는 작품입니다. 어느날 오후 문득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니 마치 시궁창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까요? 집에 있으면 편하긴 한데 자꾸 게을러지고 집은 점점 더 어질러집니다. 작가는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데요, 아이를 키우며 화가의 길을 걷는 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저도 맞벌이라서 그런지 절로 공감이 가는 심정입니다. 내 가족과 집안도 가꾸지 못하면서 회사일로 사람일로 스트레스 받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싫어 질 때가 있거든요. 화면 전체를 바라보면 외따로 떨어진 섬이 공간에 떠 있습니다. 그림이 기억의 재구성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은 반복된다고 말하곤 합니다. 매일 매일 싫어하는 꿈 속에서 일어나는 듯한 그림을 보면서 다시금 일상을 돌아봅니다.
취재협조 – 갤러리현대, 이진주 '오래된 오후'
[영상토크] 그 여자는 왜 팬티스타킹만 입고 있을까
이진주 작가의 '오래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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