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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워도 다시 한 번!"…잡스의 가족사

[취재파일] "미워도 다시 한 번!"…잡스의 가족사

지난주 가장 많은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어 모았던 소식은 애플 제왕 스티브 잡스의 CEO 사임 소식이었습니다. 췌장암으로 투병 중인 잡스는  뛰어난 창의력과 혁신으로 애플뿐 아니라 21세기 IT업계를 이끌었던 기린아였습니다.

사임 이유에 대해 그의 위중설과 후임자인 팀 쿡을 붙잡기 위한 타협설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됐고,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들은  잡스의 2선 후퇴가 불러 올 이해득실을 놓고 이리저리 계산기 두드리기에 바빴습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이번 주에 또 다시 잡스 관련 소식이 외신에 등장했습니다.

이번엔 잡스의 복잡하고 불행한 가족사 때문이었습니다. 양부모 밑에서 자란 잡스의 생부가 56년만에 나타난 겁니다.

따지고 보면 애플 성공 신화를 써 온 잡스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1955년생인 잡스는  시리아 출신의 유학생 잔달리와 대학원생인 조앤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두 사람은 결혼을 준비했지만 조앤의 아버지는 시리아 출신의 예비 사위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무너뜨리기 힘든 벽에 부딪힌 두 사람은 할 수 없이 입양을 선택했습니다.

생모인 조앤은 몰래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잡스를 낳은 뒤 현재 잡스의 부모인 폴, 클라라 잡스 부부에게 입양시켰습니다. 불쌍한 아들이 훌륭한 양부모를 만나길 바랬던 생모 조앤은 대학을 나온 양부모를 고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대학 공부를 마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낸 후 잡스의 입양을 허락했습니다. 훗날 결국 잡스는 대학을 중퇴하며 학업을 마치지 못했지만, 창조와 혁신을 무기로 애플 일궈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몇 달 뒤 조앤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잔달리와 조앤은 결혼에 성공해 딸을 하나 낳았지만 결혼 4년 만에 이혼하고 말았습니다.

잡스가 자기 아들임을 생부 잔달리가 생모인 조앤으로부터 전해 들은 건 50년이 지난 최근이었습니다.

올해 여든 살인 잔달리는 현재 네바다주의 한 카지노에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 중독자'로 불릴 정도로 적극적이고 근면한 잡스는 고령임에도 왕성히 활동 중인 생부 잔달리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셈입니다.

잡스가 아들임을 안 뒤에 잔달리는 잡스에게 몇 차례 이메일을 보냈지만, 잡스가 메일을 확인하고 답 메일을 보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투병 소식을 전해듣고 전화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수십 차례 반복했지만 끝내 전화를 걸지는 않았습니다.

세계적인 갑부가 된 아들의 재산에 욕심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 싫었다는 생부는 그것이 바로  '시리아인의 자존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자존심 강한 생부는 그러면서도 뜨거운 피줄이 당겼던지 "아들이 먼저 연락해 와 커피 한 잔이라도 함께 마실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며 절절한 부정을 숨기지는 못했습니다.

'워커 홀릭' 말고도 부자간에 대물림된 또 하나의 닮은 점이 있습니다. 바로 '과속 스캔들'입니다.

잡스는 결혼 전인 23세 때 여자 친구와 딸 리사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친부임을 부인하다가 소송을 거쳐 결국 나중에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잔달리는 리사의 페이스북 방을 방문해 자신이 할아버지임을 밝히고 손녀의 행복을 빌어줬습니다.

양부모란 말을 극도로 싫어했던 잡스는 길러 준 부모를 유일한 부모로 여기고 있습니다. 생부 잔달리도 길러 준 부모가 진짜 부모라고 인정하면서 아들의 인생에 한 부분이 되지 못해 정말 슬프다고 고백했습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팔순의 아버지와 시한부설이 나돌고 있는 아들. 두 사람이 이생에서 재회할 기회는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아메리카 판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연출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잡스의 친 아버지 잔달리는 아마 한 손엔 아이폰을 쥐고, 또 한 손으로는 아이패드로 이메일을 체크하며 이제나 저제나 아들의 연락을 오매물망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영원한 애플의 제왕 잡스여! 아버지를 너그러히 용서하고 용기를 낼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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