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서울 양화대교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현모 씨가 도로에서 숨졌습니다. 현 씨는 새벽 1시 27분 혈중알콜농도 0.186%의 만취 상태로 1차선 도로를 달리다 가로등을 들이받고 도로에 쓰러졌습니다.
2분 뒤 택시 운전자가 쓰러진 현 씨를 발견하고 현 씨 앞에 차를 세웠고, 뒤이어 오던 아이돌그룹 가수 빅뱅의 멤버 대성 씨가 현 씨를 보지 못하고 현 씨를 친 뒤 택시까지 들이받고 멈춰 섰습니다.
간단한 사건 개요인데요, 아마 당시 보도가 많이 됐으니 기억나실 겁니다. 유명 가수가 연루된 교통사고. 여기에 누구의 과실이냐를 놓고 어떤 결론이 날지 많은 관심이 쏟아졌던 사고였습니다.
현 씨가 가로등에 부딪혀 쓰러진 1차 사고와 대성 씨의 차에 치인 2차 사고. 둘 중 어떤 사고로 현 씨가 숨진 것인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를 토대로 2차 사고가 현 씨의 직접적인 사인이라고 판단하고 대성 씨를 '전방 부주의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두 달 뒤 경찰의 결정을 뒤집고 대성 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현 씨가 숨진 것은 대성 씨의 과실이 아니라는 결론인데요, 지금부터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가 왜 다르게 나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현 씨에 대한 국과수의 부검결과와 택시에 부착된 블랙박스 영상, 사건을 재연한 시뮬레이션 영상 등이 중요한 수사 자료가 됐습니다. 현 씨를 발견한 택시 운전기사의 진술에 따르면 현 씨는 쓰러진 채로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고 합니다.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찰은 이들 자료를 토대로 1차 사고가 난 뒤 2차 사고가 나기까지 불과 132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과수 부검 결과 현 씨는 가로등에 부딪혀 오토바이에서 떨어지면서 피를 많이 흘리는 등 치명적인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성 씨의 차에 치이기 전까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대성 씨의 차에 치이기 전까지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 씨가 죽은 것은 대성 씨의 차에 치였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대성 씨는 제한속도 시속 60km 구간에서 시속 80km로 과속을 하고 있었고, 쓰러진 현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전방주시 의무를 소홀히 한 겁니다. 이렇게 해서 대성 씨는 '전방 부주의에 의한 과실치사'라는 혐의가 적용됐고, 사건은 일단락 됐습니다.
수사 결과 발표 당일 현장에는 사건기자들은 물론이고 연예 담당 기자들까지 어마어마한 취재진들이 몰려왔습니다. 경찰이 말미에 "현 씨가 2차 사고 전에 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데 대해선 특히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정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내린 결론에 대해 의심이 가는건 당연합니다.
경찰이 입건한 사건은 검찰로 넘어갑니다. 대성 씨는 전방 부주의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고 있었고 도망칠 우려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불구속' 상태로 입건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성 씨는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현 씨 유족과 대성 씨가 합의를 했다 등등 많은 후속 기사들이 나왔고, 사건은 잊혀진 듯 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2달이 지나 대성 씨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현 씨가 대성 씨의 차에 치이기 전 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실관계 자체가 새로운 것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실에 대한 해석을 경찰과는 다르게 한 겁니다. 말장난처럼 들리겠지만 이런 해석에 따라 경찰의 수사 결과를 완전히 뒤집은 겁니다.
앞서 설명했지만, 현장 어디에서도 현 씨가 언제 숨졌는지 가늠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는 없었습니다. 현 씨의 사인은 흉부골절, 다발성 늑골 골절로 인한 폐파열, 과다출혈 등 다양했습니다. 비록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대성 씨의 차에 치이기 전 이미 이런 이유들로 숨졌을 여지가 있는 상황입니다. 검찰은 이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대성 씨가 전방주시 의무를 소홀히 해 현 씨를 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실과 현 씨가 사망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겁니다. 특히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에 따라 대성 씨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위원 9명이 만장일치로 불기소 의견을 냈다며, 무혐의 결정에 못을 박았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대성 씨는 혐의를 벗고, 재판도 받지 않게 됐습니다.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 자체가 대성 씨나 유족들에게는 얼마나 고역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유족들이 이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문제가 남아있군요.
[취재파일] 빅뱅 대성 '무혐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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