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돈 줄 때만 묻고 따지는 '암 보험'

[취재파일] 돈 줄 때만 묻고 따지는 '암 보험'

<8월 21일 뉴스>를 통해 보도한 '암 보험' 에 대해 관심도 많고 이것 저것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의 전화도 있어서 조금 자세히 글을 써 보려 합니다.

암이 국민 사망 1위 질병이고 식생활 변화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에 걸린 분들이 많아지면서 암 보험 가입하신 분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한때 보험사들이 보험금 받는 것보다 지급하는 돈이 더 든다면서 암 보험 판매를 중단하려 하자 가입자가 더 급증하면서 다시 팔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금융감독당국의 권고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암 보험이 가입할 때는 보험모집인들이 이것 하나만 들면 암 치료비 걱정은 없을 것처럼 말하는데 정작 지급할 때가 되면 묻고 따지는 것도 많고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보험금이 약속했던 것보다 적게 나오는 일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에도 관련 민원이 끊이질 않는데 민원 신청하고 속 시원하게 답을 들은 암 환자나 가족들은 적은 것 같습니다. 약관 규정이 모호해 해석 여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지는데 아무래도 법률적 지식과 금전적 뒷받침이 되는 보험사가 병마와 싸워야 하는 암 환자보다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암 치료 입원비입니다. 암 수술 같은 치료비는 별 논란 없이 지급되는데 암 치료 입원비는 상황에 따라 지급 액수가 상당히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약관에는 '직접적인 암 치료' 를 위한 입원비는 120일 동안 지급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마 바로 이 '직접적인' 이란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입니다.

보통 암을 초기에 발견한 환자들의 경우 대형 병원에서 수술을 한 뒤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되면 병원에서 퇴원해 통원하면서 방사선 등 항암치료를 받습니다. 병원에서 그렇게 권하기 때문입니다.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한 병상이 부족하다는 등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병원에서 집이 먼 환자나 지방에 사는 환자들의 경우 집에서 통원치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형 병원 근처의 중소 병원에 입원하면서 암 치료를 받곤 합니다. 이때 중소병원에서는 직접적인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일부 보험사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습니다. 그러면서 암 치료 입원비 대신 질병 치료 입원비를 지급합니다.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참고로 암 치료 입원비는 회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략 하루 10만원 정도 일반 질병치료 입원비보다 비싸기 때문에 암 환자들 입장에서는 꽤 큰 돈을 생각했던 것보다 덜 받게 됩니다.

제가 만난 암 환자 분도 이런 일 때문에 1년 넘게 보험사들과 다투다 소송 직전에 가서야 나머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환자분은 10년 전에 혹시 몰라서 4개의 암 보험을 들었었는데 2곳은 보험금을 약관대로 제대로 지급했고 나머지 2곳은 약관의 '직접 치료' 를 문제 삼으며 질병 입원비만을 지급했습니다. 이렇게 같은 약관을 놓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환자마다 그리고 보험사마다 지급되는 액수가 다른 것이 현실입니다.

첨단 암 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역시 보험사와 환자가 많이 다투는 경우 가운데 하나입니다. 요즘에는 양성자 치료, 토모 테라피, 감마나이프 등 기존 암 치료보다 발전된 암 치료 시술들이 보편화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손해보험사나 생명보험사들은 환자 가입시 이런 첨단 암 치료비와 입원비를 보장해 준다는 안내문과 말로 고객을 유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보험금을 지급해야 되는 상황이 되면 첨단 암 치료 실정과는 거리가 있는 약관 조항을 들이대며 보험금을 덜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국립의료원에 1대 뿐인 양성자 치료기를 통해 암 치료를 하려면 통원 치료를 해야 합니다. 양성자 치료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수술 당일 퇴원할 수 있다는 것이고 병상도 없어서 거의 통원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암 환자 이 모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는 돈을 줄 때가 되자 안내문과는 달리 통원치료 상한선으로 정해 놓은 하루 25만원 이상은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양성자 치료시 5천만원의 보험금을 준다는 안내문이 있었지만 입원 치료가 아닐 경우 통원 치료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해 3천 만원 가까이 덜 준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이유는 약관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당국에서는 약관을 너무 구체적으로 자세히 정해 놓도록 할 경우 거기에서 벗어나는 내용은 전혀 지급을 안 할 수 있으니 그나마 개입의 여지가 있는 지금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보험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에서는 약관을 보다 자세히 명확하게 해 놓는 것이 힘 없는 암 환자 가족들이 보험사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반박합니다.

취재 중 만난 암 환자 가족들도 싸우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암 이라는 병마와 싸워야 할 때 보험사와 싸워야 하는 처지가 서러웠다는 하소연도 있었습니다. 현재 암 보험 약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연히 거기에 맞게 내용을 고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다 약자인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세히 규정해 놓아야 합니다. 이게 바로 금융당국이 암 환자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