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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리산, 태풍으로 만신창이

[취재파일] 지리산, 태풍으로 만신창이

송성준 기자 sjsong@sbs.co.kr

작성 2011.08.26 16: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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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지리산, 태풍으로 만신창이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이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지난 7일에서 8일 사이, 제 9호 태풍 '무이파' 가 몰고 온 폭우 때문입니다. 이틀 동안 쏟아진 403㎜의 폭우는 경남 함양과 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 등 4개 시, 군에 걸쳐 있는 지리산 곳곳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함양군입니다. 설악산 천불동 계곡, 한라산 탐라 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이자 지리산의 비경 중의 비경으로 꼽히는 칠선 계곡에는 특히 깊은 상처가 패였습니다.

그 옛날, 하늘에서 내려온 일곱 선녀가 목욕을 즐겼다는 선녀탕과 옥녀탕은 수심 2~4미터의 청정 계곡물이 항상 고여 비경을 자랑했으나 이번 폭우에 흙과 돌이 쓸려 내려와 물웅덩이를 메워 버렸습니다. 고유의 풍광을 잃어 버린 겁니다.

취재에 동행한 지리산 국립공원 관계자는 지리산에 설치된 각종 시설물은 예산을 투입해 복구할 수 있지만 이러한 자연 풍광은 한 번 훼손되면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몹시 안타까워 했습니다. 다행히 선녀탕 상부는 그나마 훼손 정도가 심하지 않아 고유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 이번 폭우 이후 현장 답사를 계속해 온 지리산 국립공원 관계자들은 탐방로 외에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탐방 예약제를 통해 연간 4개월만 한시적으로 개방되던 비선담~천왕봉 구간도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계곡 최상부에 있는 마 폭포와 삼층 폭포 등 폭포 주변 4곳에 길이 수십 미터씩의 산사태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역대 태풍 가운데 지리산에 가장 큰 피해를 준 것은 지난 2003년 '매미'라고 하는데요, 그 때보다도 피해 규모가 더 크다고 국립공원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그 때도 산 정상부에서부터 아래로 산사태가 나 울창한 숲이 자갈밭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이번 폭우 때도 워낙 단시간에 4백mm가 넘는 비가 내리는 바람에 집채만한 바위에서부터 작은 자갈에 이르기까지 계곡으로 쓸려 내려와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던 문화재급 생태자원이 크게 훼손됐습니다.

이번 폭우로 지리산 주요 탐방로는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되고 있습니다. 칠선 계곡은 전면 통제가 됐고요,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탐방로 곳곳에 설치돼 있는 철제 또는 목재 다리와 데크 등이 크게 파손돼 등산객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계곡물이 얼마나 불어났던지 높이 5~10미터 위에 설치돼 있던 다리 4개가 완파 또는 반파 됐습니다. 계곡물이 다리 위까지 차 올랐기 때문에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겁니다. 직경 4㎝나 되는 철제 로프까지 끊어질 정도이니 가히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칠선계곡에서만 1.7㎞ 구간의 탐방로가 유실되거나 끊겼고 2곳에서 산사태가 났습니다.

또 백무동~세석 평전에서도 1.9㎞의 탐방로가 훼손됐고 백무동~장터목 구간도 1.3㎞가 파괴됐습니다. 세석 평전을 오르는 출발지인 거림에서 내대리에 이르는 펜션단지 일대에는 당시 거센 계곡 물살에 휩쓸려 가던 집채보다 큰 바위가 펜션을 덮친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수십여 군데의 하천 옹벽과 도로도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 무너지고 패여 차량 통행이 전면 중단되고 있습니다. 이번 폭우로 백무동 주민들에게 정신적 지주로 통하던 수백 년 된 소나무가 쓰러져 주민들이 몹시 걱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9월 중에 지리산 산신제를 열어 이 소나무의 넋을 위로하고 관광객과 주민들의 안녕을 빌 계획이라고 합니다.

경남 산청군의 주요 탐방로와 전북 남원의 뱀사골 계곡 전남 구례군의 피아골 계곡도 탐방로 유실은 물론 곳곳에서 하천과 도로가 파이고 무너져 내려 긴급 복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폭우로 지리산 복구에 드는 예산은 함양 산청만 5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전남,북을 합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유명 관광지이다 보니 관광수입으로 먹고 사는 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태산입니다. 하루빨리 예산이 투입돼 복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정부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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