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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산사태 한달…아물지 않은 상처

전원마을 일부 세입자 떠돌이 생활…유가족들 "가슴 미어져"

우면산 산사태 한달…아물지 않은 상처
"요즘도 저녁 8~9시쯤이면 현관 앞에서 아들 발걸음 소리가 들려요. 퇴근하고 집에 오는 시간이 그때쯤이거든. 그럴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에 사는 임방춘(65)씨는 한 달 전 숨진 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해 밤마다 잠을 설친다.

아들 중경(34)씨는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난 지난달 27일 기습 폭우로 집안에 물이 들어올까 봐 바깥 상황을 보러 나갔다 집앞 나무가 쓰러지면서 변을 당했다. 베어달라고 지난해부터 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던 나무였다.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지 26일로 30일째가 됐다. 긴급 복구는 마무리됐지만 유족과 수재민이 겪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악몽이다.

◇ `토사는 걷어냈지만…' = 지난 25일 방문한 전원마을은 언뜻 보기에 예전 모습을 거의 되찾은 듯했다.

그러나 마을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산사태의 당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개별 가옥의 복구는 아직도 멀어 보였다. 지하방들은 상당수 도배도 하지 못한 채 비어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침수됐던 한 반지하방에 들어서자 성인 목 높이까지 토사가 들어찬 흔적이 시멘트 벽면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햇볕이 거의 들지 않다 보니 벽마다 배어든 눅눅한 물기와 습기는 한 달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았다. 합선 우려 탓에 전기가 차단된 상태였다.

오갈 곳 없는 전원마을 세입자 5가구 9명은 주민센터가 임대한 방 2개짜리 반지하 주택에서 공동으로 생활하고 있다.

4살 아이부터 60대 노인까지 9명이 남녀로 나눠 잠을 자고 선풍기 한 대로 더위와 습기를 이겨내고 있었다.

한살배기 아들을 잃은 송모(46)씨는 "장례도 모두 자비로 치렀다"며 "시나 구, 정부 어느 곳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 상대조차 정해지지 않은 점이 가장 원통하다"고 말했다.

다음달이 산달인 송씨 부인은 거동이 불편한 것은 물론 좁은 숙소에서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있었다.

노모(59.여)씨는 "집이 물에 잠기고 나서 등대교회에 머물다가 인근 서울전자고교로 거처를 옮기고 지난 15일 이곳으로 다시 옮겼다. 다음달 14일까지만 방을 빌렸다는데 그 후로는 어떡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보상 미흡 = 전원마을 가옥주들은 구청과 공사비 부담 문제로 씨름하다가 뒤늦게서야 자비를 들여 공사를 시작했다.

한 주민은 "도배부터 시작해 바닥과 창문, 현관, 욕실, 보일러 등 모두 손을 대고 있는데 구청으로부터 비용지원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지원금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 기준에 따라 전파(全破)된 주택에는 900만원, 반파된 주택에는 450만원을 지원한다. 서초구에서는 전파 1가구, 반파 10가구 등 11가구가 지원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반지하방에 거주하던 송봉철씨는 "출장갔다 돌아와 보니 집은 침수되고 가재도구는 다 버려졌다. 입고 나간 옷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원금이라곤 구청에서 나온 100만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송씨는 "구청장으로부터 사과라도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다. 마을 주민대책위 차원에서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전원마을 주민대책위는 서초구청 인근에서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평균 소득이 높은 강남 지역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수재의연금 모금액이 크게 줄었다.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이번 수해에 대한 모금액은 모두 420여억원으로 비슷한 규모의 피해를 본 2006년도(790억)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개인이 참여하는 전화ARS 모금액은 3억6천만원에 불과하다.

협회 관계자는 "사망자(세대주) 가족에게는 1천만원, 침수 세대에는 100만원이 지급된다"며 "다음달인 추석 전까지는 위로금이 전달될 수 있도록 집계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 산사태 책임공방 = 우면산 산사태 피해 주민들은 이번 재해가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관리책임 인정에 소극적이어고 책임 규명을 둘러싼 갈등은 손해배상을 위한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원마을 주민들은 "벌목한 나무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둬 이번 산사태를 키웠다. 밀려 온 나무들은 톱으로 잘린 깨끗한 단면을 가진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아들을 잃은 임방춘씨는 민원 제기를 수차례 무시한 서초구와 KT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우면산 산사태로 3명의 사망자를 낸 래미안 방배아트힐 주민들은 "이번 산사태는 지난 곤파스 태풍 피해 복구가 늦어진 탓으로 분명히 인재"라고 주장해 왔다.

래미안 방배아트힐의 곽창호 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서초구와 구청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주민소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소송 등을 준비 중이다.

서초구는 산사태 예보 문자메시지의 수신 여부 등을 두고 산림청과 진위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를 보이는 등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주민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서울시와 서초구,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우면산 산사태 합동조사단은 내달 2일 산사태 원인에 대한 최종결과를 발표한다.

합동조사단은 최근 "군 부대 방향으로 연결된 산사태 흔적 3곳 중 래미안 방배아트힐 방향 산사태 흔적이 군부대 경계 부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조사를 마치고 결과보고서를 구체적으로 마무리하는 단계인 것으로 안다"며 "합동조사 결과가 나와야 책임 소재에 대한 규명 작업도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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