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으로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역 생산 천연가스를 남한에 공급하려는 사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 프로젝트 협의를 위한 남-북-러 3국 특별위원회 발족에 합의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당장 사업 추진이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형성됐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하고 실질적인 대화를 했다"며 3국이 가스관 건설에 합의할 수도 있다는 '낙관론'을 내놓은 것도 그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당국은 북러 양국의 이번 "합의" 공개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에서나, 러시아에서나 한 마디 사전 협의도 없었기에 일단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는 총평과 함께다. 이런 평가는 심각한 경제난 때문에 경제 지원에 목말라 하는 북한의 다급함을 간파한 바탕 위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한 당국자는 25일 "2008년 이후 이 프로젝트는 진전이 없었다"고 전하고는 "그러다가 한마디 협의도 없이 이렇게 나오는 상황이므로 우리로서는 신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2008년이라는 시점은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즈프롬이 가스공급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해다. 그해 9월 이런 합의 이후 2009년 6월에는 공동연구협약(JSA)을 체결함으로써 사업 구상에 탄력이 붙는 듯 했다.
양사는 특히 지난해 4월 공동연구 결과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기체 상태 그대로 공급하는 북한 경유 PNG가 액화천연가스(LNG)나 압축천연가스(CNG) 방식에 비해 경제성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천연가스를 액화시키거나 압축시켜 선박으로 운반하는 것 보다는 가스관으로 옮기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러시아는 극동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가스 판로를 확보하고 북한은 가스 경유 수수료를 얻으며 남한은 가스 자원을 싸게 챙기는 것이니 3국 모두 윈윈하는 구조라는 점도 이 같은 판단에 한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판단과는 별개로 이 프로젝트는 남북관계 경색에 맞물려 수면 아래 잠복해 왔다.
그러다가 이번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계기로 다시 관심을 끌면서 진전 여부에 눈길이 쏠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가스공사를 통해 가즈프롬으로부터 북한의 입장을 포함한 최근 상황에 관해 정보를 파악한 뒤 다음 행보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당국간 채널 가동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친 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북핵 문제와 6자 회담에 닿아있는 한반도 정세 변화가 그 시간표를 좌우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이 프로젝트 진척 가능성에 관한 국제사회의 '보수적' 전망도 여전하다.
비록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관측이지만, 영국 로이터는 지난 23일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설치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나 남북한의 현 긴장 상태를 감안할 때 이 사업이 조속히 진척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4일 사설에서 "가스관 개통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 동북아 정세 안정에 기여하는 장대한 구상이나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며 2005년 9월 6자회담 공동성명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그 조건으로 꼽았다.
(서울=연합뉴스)
북한 경유 가스관 사업 부상…정부 '신중 또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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