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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익성과 호기심 사이: CCTV 이야기

[취재파일] 공익성과 호기심 사이: CCTV 이야기

방송 뉴스 리포트를 만들다 보면 사소한 곳에서도 윤리적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장 신선한 소식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을 업으로 하다보니, 가장 안전한 선택이 업무적으로는 가장 뒤처진 결정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가장 '생생한 화면'이 담겨있는 CCTV 자료를 사용할 때는 그런 고민이 더욱 깊어집니다.

어제 저는 '노끈으로 10초만에 유리문을 여는' 상습 절도 피의자를 구속했다는 경찰의 발표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요즘 경찰은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보도자료를 발표할 때  범죄 현장과 피의자의 모습이 담긴 CCTV 자료를 첨부하곤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매체(방송, 인터넷)에 경찰의 자랑스런 검거 실적이 홍보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우에는 더 특별했습니다.

범죄 현장이 촬영된 CCTV 자료에 범죄 혐의의 핵심인 '노끈으로 유리문을 여는 장면'이 제대로 촬영되지 않은 탓에 경찰은 보조 영상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피의자로 붙잡힌 김모씨에게 직접 노끈으로 유리문 자물쇠를 열어보라며 '재연'을 시킨 겁니다.(김씨는 노끈으로 10초만에 유리문을 열어, 재연을 시킨 경찰관들을 흡족하게 했습니다)

경찰이 제공한 '재연 동영상'(엄밀히 말해 CCTV 자료는 아니죠)을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기사를 '생생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 동영상을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노끈 1개로 10초만에 유리문을 따는 대단한 도둑'이라는 기사의 핵심을 한 컷으로 보여주는 동영상이었으니까요.

문제는 모방 범죄 가능성이었습니다. 동영상이 워낙 생생해 그 동영상만 보고 몇 번만 연습하면 누구나 '노끈으로 유리문따기'의 달인이 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경찰은 '앞으로 이런 범죄에 당하지 않도록 (유리문 사용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재연 동영상을 제작하고 배포했다지만, 아무리 봐도 저걸 뉴스에 쓰면 경각심을 가지고 유리문 자물쇠 장치를 강화하는 사람보다, 노끈 가지고 유리문 따겠다고 나설 사람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결국 데스크와 상의 끝에 기사에서 동영상을 뺏습니다. '노끈으로 10초만에 유리문을 땄다'라는 기사는 나가되 수법은 두루뭉수리하게 처리됐죠.

CCTV가 뉴스에 생생함과 재미를 제공해주는 이유는 시청자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순히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건조한 문장이 아니라, '그 사건 자체'를 보여주는 CCTV의 생생함은 동영상을 재료로 하는 방송(과 인터넷) 매체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 '생생함'이 어디에 봉사하느냐 입니다. 금지된 것,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호기심 충족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생생한 화면을 수단으로 해서 범죄 예방 또는 부조리 고발이라는 공익성 제고에 목적이 있는 것인지, 정답은 늘 애매합니다.

특히 매일 매일 새로운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이슈에 관한 리포트를 만들어야 하는 방송 기자는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제공하는 것이 '호기심 충족 쇼'인지, 아니면 '공익성을 띤 뉴스'인지 판단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CCTV(와 인터넷 동영상)를 뉴스에 사용하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그 때마다 고민을 하고, 안전하게 '걸리지 않게' '애매모호하게' 가는 일도 있고, 공익성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제공된 동영상을 최대한 활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원칙은 있지만 정답이 없는 일입니다. 고민은 더욱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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