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반나절 만에 자신이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소방서에 나타났습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던 50대 남자였는데요, 이 농장주는 "이 여우가 러시아에서 보따리상을 통해 밀수한 것이고, 개 축사에서 키우던 도중 달아나 찾으러 왔다"라며 본인의 밀수행위를 순순히 자복했습니다.
결국 이 농장주는 멸종위기종을 몰래 밀수해 키운 사실이 인정돼 3백만 원의 벌금을 내야했고, 소방서에서 포획한 여우도 압수돼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서울대공원에서는 당시 DNA 검사 결과 토종 붉은 여우가 확실하다며 얼마나 반겼는지 모릅니다.
마침내 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된 수컷 붉은 여우.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한국의 멸종위기종 복원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사실은 이후 5년이 지나서야 밝혀지게 됩니다.
키우던 농장주는 이 여우가 압수돼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지기 직전인 2006년 초, 다른 암컷(농장주 주장에 따르면, 이미 죽었다고 합니다)과 사이에서 2세 번식에 성공합니다. 새끼를 세 번 받아 5마리를 낳았고, 이중 4마리를 살렸다는데(암컷 1마리, 수컷 3마리), 40년 전 절멸한 토종 여우의 사상 최초 민간번식이 비좁은 개 축사에서 얼떨결에 이뤄진 것입니다.
붉은 여우의 자연번식은 서울대공원조차 지난 2009년 한차례밖에 성공하지 못했을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죠. 이 솜씨 좋은 농장주는 지난달 환경부에 붉은 여우 2세 4마리를 모두 기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옵니다. 멸종위기종을 키우다가 걸리면 또다시 사법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결정한 선택이었죠.
환경부는 이 시점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올 가을 소백산에 토종 붉은 여우 복원 센터를 건립할 예정인 환경부는, 구하기 힘든 귀중한 토종을, 그것도 4마리나 기증받았으니 일단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인데, 엄밀하게 법에 따르자면, 여우를 기증해온 농장주를 멸종위기종 관리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평소 동물 아이템이라면 앞장서서 보도 자료를 내곤 하는 환경부는 이번에는 몰래 기증 작업을 일사천리로 처리합니다. 나중에 농장주를 처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두려워, 이 귀한 토종들의 소유권을 서울대공원으로 서둘러 넘기죠.
붉은 여우 암수 4마리를, 그것도 번식력이 왕성한 4, 5살 성체를 얼떨결에 한꺼번에 기증받게 된 서울대공원은 이 여우들에 대한 정밀 건강검진을 거친 뒤, 곧바로 종 복원을 위한 번식 작업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여우들을 넘겨준 환경부는 대신, 서울대공원이 자체적으로 기르던 종의 새끼 2마리를 받게 됐고요, 또 기증한 여우들이 새끼를 낳으면, 다시 소백산 종 복원 센터로 기증받아 종 복원 작업에 투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 서울대공원과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여러 차례 자연번식에 성공한 개 농장 주인의 노하우도 앞으로 참고할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지난 70년대 한반도에서 남획을 피해 만주와 연해주로 세대를 거쳐서 이주를 떠났던 토종 붉은 여우. 이들의 '40년만의 귀향'은 이처럼 밀수와 불법 민간번식, 그리고 기증을 통해 극적으로 이뤄지게 됐습니다.
법 위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아무쪼록 운 좋게 생긴 종복원의 기회를 우리 환경 당국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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