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아 장판도 새로 깔지 못하고 도배도 못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일주일째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전북 정읍시 산외면 산외초등학교 운동장 축구 골대에는 빨래가 줄지어 걸려 있었다.
지난 9일 수마가 삶의 터전을 휩쓸고 간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들이 한데 모여 임시로 지내는 곳이다.
16일 현재까지도 30여 명의 이재민이 낮에는 마을에 들어가 복구작업을 하고 밤에는 이 학교 강당에서 불편하게 새우잠을 자고 있다.
산외면 운전마을 등이 한꺼번에 물에 잠기는 바람에 한때는 100명가량의 이재민이 이곳에서 거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경로당이나 친척집 등으로 옮겨 지금은 10여 가구 30여 명이 머물고 있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 세워둔 세탁차(3t)는 이재민들의 밀린 빨래를 돌리느라 쉴 틈이 없다.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과 복구작업에 동원된 공무원 등 하루에 평균 1천여 명이 식사를 하는 공동 급식소에는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구슬땀을 쏟지만 밀려드는 사람에 식사시간을 넘기기가 일쑤다.
이재민들이 지친 몸을 눕히는 학교 강당에는 매트와 이불, 덜 마른빨래가 복구작업을 나간 주인들을 대신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 수도가 복구되지 않은 마을 주민들까지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는 바람에 화장실은 늘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부산하다.
기존의 학교 화장실에다 간이 화장실 2개를 추가로 설치했지만 많은 인원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는 25일 학교가 개학하면 이마저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집중호우로 집이 반파된 김옥출(57)씨는 "집안이 정리도 안 되고 바닥에서 습기가 자꾸 올라와서 잘 곳이 없는데 학교가 개학하면 어디서 지내야 할지 걱정이다.
마을 이장이 마을회관을 숙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해 일단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운전마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봤다는 김동섭(77)씨도 "집에 가서 자고 싶은데 아직 방바닥이 마르지 않고 방안에 온통 곰팡이가 피어서 돌아갈 수 없다.
집이 난장판이라 밥을 지어 먹을 수도 없는 지경"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씨의 집은 수도마저 복구가 안 돼 복구작업에 필요한 물을 옆집에서 길어다 사용하고 있다.
운전마을의 김진규(70) 이장은 "수해 피해를 TV에서나 봤지 이렇게 우리 마을에서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해 봤다.
임시 숙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불편한 잠자리에 씻고 먹는 문제 등 하루하루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며 "빨리 복구작업이 완료돼 예전 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이재민은 "일주일을 바닥에서 지내다 보니 허리와 무릎이 아프고 기분도 우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8∼9일 40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진 정읍에서는 1명이 사망하고 주택 500여 채가 침수돼 2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도로ㆍ교량 130여 곳이 파손되고 닭과 돼지 등 30여만 마리가 폐사해 총 340여억 원의 큰 피해가 났다.
(정읍=연합뉴스)
"언제 집에 가나"…애타는 정읍 이재민
집 침수돼 일주일 넘게 대피소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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