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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말로만 저가항공? 가격차 '별로'

[취재파일] 말로만 저가항공? 가격차 '별로'

8월 중순이 지나고 있지만 휴가철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광복절인 15일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이 12만 천9백74명으로 일일 공항이용객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이들 가운데에는 먼 유럽이나 미주로 휴가를 가는 이들도 있겠지만 제주도 또는 가까운 일본, 동남아로 나가는 사람들이나 대학생들도 많다.

그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이른바 저가항공이다. 수요도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올 상반기 국내 수송 분담률이 40.3%를 기록했다. 항공기 이용자 10명 가운데 4명은 저가항공사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 노선은 이용객 487만 명 가운데 무려 52%가 저가항공을 이용했다.

이들 항공사가 승객들에게 어필하는 핵심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가'라는 무기. 그런데 여름 성수기 기간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예를 들면 제주와 김포를 오가는 저가항공의 경우 편도 8만9백 원이다. 그에 비해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은 9만2천9백 원으로 가격차가 불과 만2천 원밖에 나지 않는다. 부산노선의 경우 요금 차이가 천7백 원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저가항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들이 싸다고 광고하는 비행편은 주로 저녁에 행선지로 출발하고 행선지에서는 아침에 출발하는 것들이다.

이에 대해 저가항공사들도 할말이 많은 것 같다. 우선 그들은 수요-공급의 원칙이라는 대명제를 내세운다. 사려는 사람은 많고 표는 없으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는 것이다. 일견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저가항공이라고 간판을 내세우고 나서 비수기엔 저가를 받고 성수기엔 요금을 올려 받는 것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또 저가항공사에서 강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반항공사와 서비스 차이가 없어서 가격 경쟁력을 갖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비행기를 타면 제공되는 음료서비스, 수하물 서비스, 담요 등 모든 서비가 무료로 제공되는 상황이고, 한국 승객 특성상 부가 서비스를 유료화하면 '그런 것까지 돈을 받냐'는 분위기가 팽배해질 것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기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저가항공' 취지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한다. 부가 서비스들을 유료화하더라도 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 저가항공이지, 일반 항공사와 서비스 수준을 같이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저가가 어렵다는 입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와 100%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해도 유럽의 저가항공사들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이런 것까지 해야되나' 싶은 정책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아일랜드의 대표적 저가항공사 라이언 에어의 경우 비행기의 좌석번호가 없다. 탑승하는 순서대로 앉는 것이다. 보통 항공기 승객들이 좋아하는 창가, 복도에 앉고 싶으면 돈을 더 내면 된다. 기내 반입 가방 사이즈도 줄여 규정을 초과하면 요금을 받는다. 신문, 잡지는 물론 기내식, 음료는 돈을 받고 판다. 심지어 화장실까지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다소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정책까지 해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부분에서 돈을 받는 대신 항공료 자체는 철저히 낮추자는 것이 이 회사의 전략이다. 이러다 보니 라이언 에어는 지난해 전세계 항공운항실적 1위를 차지했다. 3위도 저가항공사였다.

저가항공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싼 여행'이지 다양한 서비스가 아니다. 저가항공사들은 싼 가격에 국내외를 비행기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앞으로 어떤 방향을 취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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