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갈등을 빚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16일 오전 예상됐던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유보됐지만, 긴장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정마을 해안에서 천막 농성을 하는 시민활동가와 마을 주민들은 이날 새벽 교대로 불침번을 서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마을을 순찰하는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들은 해안 입구인 중덕삼거리로 들어가는 길목에 지그재그로 승용차 등을 세워 차량 통행을 막고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도 15일 밤 11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생명평화 기원 미사를 열어 공권력 행사 철회를 촉구했다.
경찰력 투입이나 대규모 충돌없이 날이 밝자 이들은 현무암으로 이뤄진 속칭 '구럼비 해안'에서 명상·기도를 하거나, 모기장과 비닐천막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잠시 평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누군가가 '중덕삼거리 쪽에 경찰이 나타났다'며 호루라기를 불자 어디선가 시민활동가와 주민 30∼40명이 몰려들어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 정복을 입은 남자들이 주차된 차 번호를 사진 촬영하려 했고, 이에 항의하는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현애자 위원장의 팔을 잡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것이다.
지난달부터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노숙농성하고 있는 현 위원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일들이 일어나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며 "공권력이 투입되면 천주교 사제단과 함께 인간방패를 만들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권영길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전 11시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갈등을 해결하는 첫출발은 정부가 제주로 파견한 공권력을 철수시키는 것"이라며 "중앙당 지도부가 매일 강정마을에서 릴레이 농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회는 이날부터 18일까지 해군기지 문제만을 다루는 임시회를 열고, 우근민 제주지사를 상대로 질의응답 등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 14일 600여명의 수도권 지역 전경과 여경기동대, 물대포, 진압 장비 차량 등을 제주지역에 투입했으며, 해군기지공사 시 반대단체의 업무방해 행위 등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 해군기지 예정 마을 긴장감 팽배
반대단체 등 공권력 행사 대비 밤 지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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