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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뭉쳤다

34년전 복지재단 설립한 정주영 명예회장 유지 계승

범현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뭉쳤다
범현대가 그룹이 16일 5천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통해 '한 핏줄'임을 과시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운데 범현대가 오너들이 관계사들의 출연금뿐만 아니라 개인재산까지 보태 5천억원 규모의 복지재단을 만들기로 한 것은 기부문화의 새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대의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형제, 직계 자손, 조카들이 뜻있는 일에 힘을 모았지만 장자 격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빠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 16일 설립계획이 공식 발표된 아산나눔재단은 기업이 중심이 된 것이 아니라 기업 오너들의 사재가 대거 투입돼 설립된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정몽준 의원이 현금 300억원 등 2천억원을, 정상영ㆍ정몽근ㆍ정몽규ㆍ정몽윤ㆍ정몽석 등 현대가문 오너들이 240억원의 사재를 쾌척한다.

이 같은 구상은 3월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일가족이 회동한 자리에서 '창업주의 유지를 기리자'는 취지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명예회장의 타계 이후 그룹이 여러 갈래로 쪼개지는 과정에서 이른바 '왕자의 난' 등 우여곡절을 겪은 현대가문이 고인의 10주기 자리에서 좋은 일을 위해 다시 하나로 뭉친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복지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1977년 7월 500억원을 출연해 의료사업과 사회복지 및 학술연구 지원을 위주로 하는 아산재단을 설립한 바 있다.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고인의 뜻이었기 때문이라고 아산나눔재단 준비위는 설명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정 명예회장의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과 높은 뜻을 후손들이 이어받는 사업인 셈이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복지재단 설립이나 기부 등은 주로 대기업 사주들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인 경우가 많았기에 현대가문의 자발적인 재단 설립은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더욱 많다.

◇ 정몽준ㆍ현대중공업이 주도 = 아산나눔재단의 설립은 현대중공업과 사주인 정몽준 의원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출연금 규모만 봐도 정 의원의 기부액이 오너들 가운데 가장 크고 현대중공업그룹 6개 계열사도 참여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2천380억원을 내놨다.

정 의원 개인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출연금액을 합치면 4천380억원으로 재단의 전체 재원 5천억원 가운데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창업주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정몽준 의원을 위해 삼촌과 형제들이 모처럼 의기투합한 것이 아니냐는 다소 다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선친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뜻깊게 기리려는 것일 뿐, 대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 현대그룹은 재단 설립 제의 못 받아 = 현대가문이 좋은 일을 위해 오랜만에 똘똘 뭉쳤지만 현대그룹은 재단 설립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재단 설립과 관련해 다른 범현대가 그룹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고 정몽헌 회장 타계 이후 경영권을 이어받은 현정은 회장이 정상영 명예회장과 정몽준 의원 등과 '시숙의 난', '시동생의 난' 등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기에 재단 설립에서도 소외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현 회장은 최근에는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차그룹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현대가문이 정씨 성을 쓰지 않는 현 회장을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다.

이에 대해 정 의원 등 다른 범현대가의 구성원들도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현 회장 측에 먼저 재단 설립을 제안하는 것을 어려워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범현대 가문 맏형 격인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의 경우 이미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어서 신규 재단 설립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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