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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손흥민, '제2의 박지성' 될까?

[취재파일] 손흥민, '제2의 박지성' 될까?

지난 200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 때입니다.

우리나라는 22년만에 8강에 올라 개최국 나이지리아와 8강에서 맞붙었습니다.

당시 우리 시각으로 새벽 시간에 경기가 열려 집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TV로 경기를 시청했는데, 잠을 확 깨게 하는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선수가 나이지리아 진영 페널티박스 훨씬 뒤쪽에서 중거리슛 아니 장거리슛을 날렸는데(골문에서 35m거리 정도였습니다) 그대로 나이지리아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슛이었는데요, 저도 지난 25년동안 한국 축구를 꾸준히 봐왔는데 최고의 골 가운데 하나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바로 그 골의 주인공이 손흥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독일 함부르크에 입단한 손흥민은 1970-80년대 명성을 떨쳤던 '갈색 폭격기' 차범근의 뒤를 이어 분데스리가에서 코리아 신드롬을 일으킬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헤르타 베를린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슛으로 올 시즌 첫 골을 신고했죠.

손흥민의 경기를 볼 때마다 슈팅력과 발 재간, 돌파, 볼 감각 등 축구에 대한 재능을 그야말로 타고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1992년생으로 유럽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나이도 가장 어려 앞으로 성장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지요. 그래서 더 기대를 모으고 있고요.

다만 아직까지는 소속팀 함부르크에서 팀에 완전히 녹아들어간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축구는 조직력이 중요한데, 손흥민이 동료들과 함께 찬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부족하고, 때로는 고립된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동료들과의 팀웍을 가다듬으면 올 시즌 목표로 내세운 10골 이상도 거뜬히 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일전 3대0 참패의 충격에 빠진 조광래호에도 손흥민의 활약은 단비와 같은 소식입니다.

조광래 감독은 이미 지난 1월 아시안컵에 손흥민을 불렀는데요, 그때보다 손흥민의 기량이 더 발전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손흥민은 측면과 중앙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 대표팀의 공격 옵션 다변화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은퇴한 박지성의 공백을 메울 대안을 찾는 것이 지금 대표팀의 가장 큰 화두인데, 19살 청년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이 중요한데요, 그동안 손흥민만큼이나 타고난 재능을 갖춰 한국 축구의 미래로 주목받았던 선수들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는 국내축구 3부리그팀인 춘천FC의 손웅정 감독으로 역시 축구인인데요, 처음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아들이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독일에서 귀국할 때 공항에서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행여 겉멋이 들지는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공항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사전에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언론사에 전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아들이 시즌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는 춘천 집에서 혹독한 여름 훈련을 시켰다고 하는데요, 하루에 슈팅을 1000번 이상 연습시켰고, 무엇보다 정신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버지도 아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겠죠.

아무튼 손흥민이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활짝 꽃피우고 '제2의 박지성'으로 성장해 한국 축구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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