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이례적인 '보톡스 처방'으로 어렵사리 늪에서 빠져나오는 듯했던 전 세계 금융시장이 프랑스발(發) '루머' 충격으로 하루 만에 또다시 폭락 장세로 되돌아감으로써 시장을 짓누르는 공포감의 무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뉴욕 증시의 다우 지수는 10일(이하 현지시각) 전날보다 근 520포인트(4.62%) 빠져 거래를 마감했으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도 각각 4.42%와 4.09% 빠졌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45% 폭락했다. 루머 진원지인 소시에테제네랄은행의 경우 이날 한때 기록적인 근 15%나 주저앉기도 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및 스페인 증시도 지수들이 이날 5-6%대의 폭락을 일제히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소시에테제네랄을 비롯한 프랑스 은행 주가가 이날 대부분 두자릿수 폭락을 기록한 데 대해 '시장의 불안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진원지인 소시에테제네랄이 "재무 구조가 탄탄하며 비즈니스 모델도 견고하다"고 해명했으며 이 은행이 스위스 프랑 급등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보유금을 처분했다는 영국 신문 메일의 지난 7일자 기사가 오보로 판명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우려를 가라앉히지 못했음을 상기시켰다.
신문은 투자자들이 프랑스 은행주를 내 던진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프랑스 은행들이 그리스 채권에 가장 많이 물려 있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 역내 채무 위기가 갈수록 확산되는 상황에서 유로권 은행 전체에 대한 불신도 금융시장에서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음을 신문은 덧붙였다.
씨티그룹의 런던 소재 킨너 라카니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핵심은 유로 위기"라면서 "지금은 소시에테제네랄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지만 내일이면 또 다른 (유로 은행) 타켓에 화살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루머가 이내 사실로 드러날 것'이란 우려가 하락장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라면서 이것이 증시 낙폭을 확대시키고 단기 유동성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것도 문제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달리 대안이 없는 가운데 여전히 '안전 자산'으로 각광받는 미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장단기물 수익률이 연일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고는 있으나 채권 부도 위험을 상품화해 거래하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반대로 강세를 보임으로써 시장 불안감이 여전함으로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금에도 절박한 자금이 계속 몰리면서 10일 사흘째 가격이 기록을 경신해 이날 한때 온스당 처음으로 1천8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금은 이날 뉴욕에서 1천789달러에 거래가 마감돼 전날보다 4% 이상 상승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금값이 개장일 기준 사흘 연속 기록을 갈아치우기는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 '시장이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에서 연준이 힘겹게 움직이기는 했으나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에 크게 못 미친 것이 당장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분석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통화 당국들이 적극적으로 부양 조치를 취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기대했던 수준에 크게 못 미쳤음을 강조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국과 유럽 경제가 이처럼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이 이들의 채무 상환능력에 대한 회의감도 높이는 요소라면서 미국이 정치적 갈등으로 중기 재정 감축안을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음도 상기시켰다.
분석은 물론 유가가 약세이며 기업의 현금 보유도 막대한 점 등 기댈 구석이 없지는 않으나 문제는 세계 경제를 주도해야 할 정책 당국들의 전략이 여전히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계속 불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1일 '공포감이 Fed 조치를 뛰어넘었다'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연준이 이례적으로 '제로 금리' 기조를 최소한 2년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미국과 유럽 증시가 다시 폭락했음을 상기시키면서 "공포의 기저에는 `정책 입안자들이 과연 미국과 유럽 경제에 몰아치고 있는 대폭풍을 헤쳐나갈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감'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마켓워치도 11일 지난 6월 초만 해도 '올여름 시장이 공포에 빠질 것'이라고 예견했다가 당시 월가에서 웃음거리가 됐던 펀드매니저 2명을 소개하면서 그 경고가 실제 상황으로 입증됐다고 전했다.
마켓워치는 주인공들이 뉴욕에서 1억4천만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소규모 펀드 펜션 파트너스를 운용하는 마이클 가예드와 에드워드 뎀시라면서 이들이 당시 "2011년 여름 시장이 붕괴되지 않으면 거대한 조정을 겪을 것"임을 경고했음을 상기시켰다.
가예드는 당시 보고서에서 "채권시장이 뭔가를 분명히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불안감이 감지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마켓워치는 이들의 경고에 대해 당시 상승장을 만끽하던 월가의 중론은 '당치 않은 소리'라고 냉담했음을 상기시켰다.
(서울=연합뉴스)
금융시장, 루머에도 깜짝…'최악 시나리오'
FT "시장 공포감 무게 재확인"…악순화 고리 경고<br>美국채, 시세-CDS 동반 상승도 불안감 반영<br>WSJ-FT "정책 입안 한계에 대한 불안도 큰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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