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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묵은 '더블 딥 공포'가 왜 다시 기승을 부리나?

[취재파일] 해묵은 '더블 딥 공포'가 왜 다시 기승을 부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민간 부문 회복이 더디자 '더블 딥'(경기침체 뒤 잠시 회복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이 일부 경제 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일제히 풀어놓은 돈 때문에 금융시장이 회복을 하고 중국 등이 성장을 이어가자 더블 딥 공포는 수면 아래로 수그러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해묵었다고 할 수 있는 '더블 딥' 이란 단어가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급한 임시변통책으로 위기를 미뤘을 뿐인데 마치 해결된 것처럼 기뻐하고 있다가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게 되니까 생긴 일입니다. 좀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금융 위기가 왜 일어났는지는 새삼 여기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이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민간 기업들의 부실을 대부분 정부가 떠 안았습니다. 부족한 수요도 정부가 돈을 풀어 메웠습니다. 이 때까지는 각 국 정부가 같은 대응책(금리인하 & 정부지출 확대)으로 보조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이나 한국처럼 상대적으로 위기의 진앙지가 아니고 금융시장이 파생상품 등에 덜 노출됐던 나라들은 회복을 빠르게 했고 유럽은 위기 극복과정에서 회원국들이 진 막대한 빚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었고 미국은 높은 실업률이 가장 큰 숙제로 남게 됐었습니다.

이럴 때 정상적인 경제 정책은 나라마다 좀 다릅니다. 미국처럼 9% 넘는 높은 실업률이 계속 이어지고 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돼 있으면 정부가 돈을 더 풀어야 합니다. 기축통화라는 달러를 가지고 있어서 역사상 최저 금리 수준으로 계속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그럴 수 있었습니다.



유럽은 상황이 또 다릅니다. 유로존 내에 독일은 중국처럼 금융위기 충격도 덜 받았고, 이후 수출도 잘 됐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포루투갈 등 다른 나라들은 나라 빚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이들 나라에 도움을 주려면 유럽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야 했는데 독일 같은 나라 물가 걱정을 하면서 그렇게 하질 못했습니다.

중국과 한국 같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했고 위기 후 성장이 높았던 나라들은 미국이나 유럽이 더 이상 물건을 빚 내서 사주기 어려우니까 내수 시장을 늘리고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물가를 잡아야 했습니다. 중국은 금리를 올렸지만 내수 시장은 충분히 확대하지 못했고 한국은 금리 인상에 미적거리다가 물가 급등이라는 대가를 치루고 있습니다.

설명이 좀 길었습니다만 간단히 말하면 이런 처방을 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다시 위기가 커지고 있는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한 마디로 정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공포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선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파 싸움을 벌이더니 실업률을 줄이고 성장을 해야 할 나라에서 부채를 줄이겠다며 정부 지출 삭감에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이제 중앙은행인 연준이 비정상적인 수단(3차 양적완화)으로 또 돈을 풀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는 긴축을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팽창을 하는 전혀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정책을 쓰려고 하는 중입니다.

유럽은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사상 최악의 자금 조달 상황을 겪고 있는데도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채권은 사지도 않았습니다. 이러니 유럽안정기금에 돈을 더 넣는다고 해 봤자 시장에서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적어도 스페인과 이탈리아 둘 중 하나는 넘어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금이 리만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보다 상황이 안 좋은 점은 각 국 정부가 일사분란한 대응을 하기 어려운 정치적 여건인데다 각 국이 처한 상황이 다소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더욱이 위기 극복의 한 축이던 선진국 정부는 실탄이 없고 중앙은행이 돈을 푼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잠시 좋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바마 정부의 경제 자문을 담당했던 래리 서머스 교수는 "더블 딥 가능성이 1/3" 이라고 진단하고 있고 금융 위기를 예측했던 루비니 교수는 "더블 딥 가능성이 40%까지 육박" 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만과 스티글리치 교수 등 진지한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내년에 더블 딥이 올 수 있다는 진단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정부도 그렇고 일부 학자들은 "더블 딥 가능성은 낮다" 고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더블 딥이냐 소프트 패치(경기회복 과정에서 다소 하락하는 상황)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명히 세계 경제는 안 좋은 쪽으로 가고 있는 여건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겁니다. 이 문제는  "미국이 3차 양적 완화하면 괜찮아 지겠지" "독일이나 프랑스가 유럽을 그냥 두진 않을꺼야" 하는 '한 방' 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면이 더 이상 아닙니다. 지금처럼 내년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리더십이 흔들거리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에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직격탄을 맞는 심각한 사안인데도 정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유럽과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길 쳐다보고 있는 것 밖에 없다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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