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박태환 "난 RPM 느린 자동차"

서대원 기자 sdw21@sbs.co.kr

작성 2011.08.04 14: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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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낸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을 취재할 때 일화입니다.

박태환이 자유형 200m에서 0.04초차로 아깝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다음날(7월27일) 100m 예선을 통과한 뒤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수면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게 가속도를 계속 이어가서 더 올라가야 되는데, 제가 가속도는 빠른데 RPM이 좀 느려요. 차로 계산하면.

계속 이어서 따다닥 올라가야 되는데 저는 2단까지만 좋은 거예요. 스타트에서 1단 하고 들어가는 데까지 2단하고, 3단에서 올라가야되는데, 3단에서 좀...  기어가 이렇게...  뭐라 말할 수 없이 많이 부족한데..."

마이클 펠프스나 라이언 록티 같은 경쟁자들에 비해 부족한 잠영 거리에 대해 아쉬운 심정을 털어놓은 겁니다. RPM(revolution per minute)은 자동차의 '엔진 회전수'를 말하죠.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레이스마다 출발반응속도가 제일 빠르고도 잠영거리가 짧아 기록에 손해를 봤는데, 본인은 그 대목을 자동차에 비유했습니다.

'출발'(1단)과 '입수'(2단)까지는 빠른데, '잠영'(3단)에서 가속도를 붙이는 게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외국 선수들의 월등한 체격조건이 부럽다고도 말했습니다.

실제로 183cm, 76kg인 박태환이 쑨양(198cm), 펠프스(193cm), 야닉 아넬(202cm)같은 선수들 옆에 서니 정말 왜소해 보였는데, 반대로 신체 조건의 불리함에도 그런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박태환이 더욱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자유형 400m를 앞두고 라이벌 쑨양과 경쟁에 별로 신경 안 쓴다고 했던 박태환에게도  쑨양이 1,500m에서 10년 만에 세계기록을 깬 것은 큰 자극이 됐습니다.

"저 또한 아시아 선수로서 올림픽에서 세계 기록을 깨보고 싶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도 있지만 마냥 부러워하고만 있을 박태환이 아니죠. 1년 앞으로 다가온 런던올림픽을 향해 다음달부터 마이클 볼 코치와 함께 훈련에 돌입합니다.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아, 제가 1년 전에 그런 얘기를 했었나요?"라고 웃으며 말할 박태환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