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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본회의 없는 8월 국회?

[취재파일] 본회의 없는 8월 국회?

8월 입니다. 8월 임시국회를 열어서 많은 민생현안들을 처리한다더니, 정작 8월 국회 일정 확정을 위한 여야 협의는 지지부진합니다.

날이 갰다 하면 무더위고, 흐렸다 하면 비가 퍼붓던 7월에, 한 의원실 보좌관이 푸념한 대로, "8월 국회 연다고 해서, 공무원들 보좌관들 여름 휴가도 제대로 못하고 미루고 있는데, 이러다가 8월 국회 아예 안 열리고, 우리만 어중간한 여름 보낼 것 같습니다."

지난 6월 30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8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는 법정처리 기한인 12월에 예산처리를 마감하기 위해, 휴가철인 8월에도 국회 문을 열고, 그동안 처리 못한 민생 현안과, 여야 입장 차이로 처리하지 못한 한미FTA 비준동의안 등을 처리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8월 첫째주가 흘러가고 있는 오늘까지도 언제 본회의를 열지, 아니 8월 국회를 열지 말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민주당은 8월 국회 일정 협의에 앞서 몇가지 선행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등록금 인하 관련 법안을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처리하고 수해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약속하라는 겁니다.

또 상임위 일정을 먼저 잡고 본회의 일정은 추후에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조건을 내널고 충족되지 않으면 국회를 열 수 없다는 논리는 재판도 하기 전에 판사에게 판결문을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도 이런 방식의 비판은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들여다 보면, 민주당이 요구하는 선행 조건은 국회가 열려서, 상임위에서 치열한 논의 끝에 결정되야 마땅한 것들이지, 국회가 열리기 전에 지도부 합의로 '꿍짝' 또는 '큰 틀 합의'할 일은 아닙니다.

'대학 반값 등록금' 을 놓고 여야의 정책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등록금을 내릴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부각시켜온 민주당은, 이를 또 한번 상기시키기 위해 8월 임시국회 개회 요건에 등록금 법안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추경 편성은, 민주당이 구제역 사태 직후 부터 정부와 여당에 촉구해온 것인데, 정부와 여당은 추경까지 편성 안 해도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수해 복구라는 명목이 하나 더 늘어나자, 수해 복구도 해야되니 추경하자고 다시 요구하고 있습니다.

줄기 찬 야당의 요구는 야당이기에 정당합니다. 또  추경이 필요하면 당연히 해야합니다. 그러나 추경이 정말 필요한지 진솔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 '집권 여당'의 자존심을 걸고 '추경은 필요 없다'를 붙들고 있고, 민주당은 '추경'을 통해 '집권 여당'의 나라 살림 부실을 꼬집고 싶을 뿐입니다.

이런 '협상'이 어려운 대치 상황을 여당도 야당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옹색한 조건 제시는 민주당이 사실상 8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거부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나라당은 8월 임시국회 개회의 목적을 뚜렷이 하고 있습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북한인권법 본회의 통과입니다. 한나라당은 7월 내내 이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9월 이후 하반기로 갈수록, 여야 쟁점 법안들을 무리해서 처리하면 그 모습이 4월 총선에서 여당에 좋을 리 없다는 판단입니다. 시끄럽고 볼성사나운 광경은 올 여름 안에 끝내 버리자는 결심이 여권에 퍼져 있습니다.

이걸 알게된 민주당으로서는 여권에 유리한 수순을 밟게 해 줄 이유가 없는 겁니다. 팽팽한 긴장을 유지시켜 주고 있는 쟁점들을 최대한 붙잡고 여야 대결구도를 이끄는 것이 야당으로선 유리합니다. 8월 국회에서 '후다닥' 쟁점들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여당은 산적한 현안들 때문에 제대로 내년 총선에 몰입할 수가 없습니다. 여당의 지지층이 지지하는 정책을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한 부담감에 더해 야당에 밀려 끌려가는 모습으로까지 보일 수 있습니다.

결국 여야는 오늘 상임위 일정은 다음주부터 시작하고, 본회의 개회 여부는 추후에 협의하기로 1차 합의를 봤습니다. 민주당은 상임위에서 쟁점이 논의되는 방향을 봐서 본회의 일정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들을 위해서 일을 많이 하기 위해 국회 '여름방학'이나 다름없는 8월에도 국회를 열겠다고 모범생들 처럼 '착하게' 얘기했지만 결국 또 총선을 겨냥한 여야의 각자 셈법이 우선하고 있는 것입니다.

18대 국회 들어 발의만 되었거나 상임위에 상정돼 계류 중인 법안이 6천 건이 넘습니다. 모든 법안을 다 처리할 필요도 없고, 모든 법안이 다 처리돼야 하는 당위성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6천 건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는, 너무 많이 경쟁적으로 발의한 것인지, 너무 게으른 국회 일정 때문인지 그 원인의 비율은 나중에 따지더라도, 국회가 일의 효율에 있어서는 어느 정부 기관을 비판하기에도 낯부끄러운 '최하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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