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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차 희망버스에 부쳐

[취재파일] 3차 희망버스에 부쳐

3차 희망버스가 1박2일 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오늘 낮 12시 반쯤에 끝났습니다. 2차 희망버스가 폭우를 뚫고 전국 43곳에서 7천여 명이 참가했다면  3차 희망버스는 폭염을 뚫고 전국 50여 곳에서 만 명이 넘는 자원자가 부산을 방문 했습니다.

3차 희망버스는 2차 때와 여러가지로 비교가 됐습니다. 물론 참가자의 지역 수와 인원이 늘었다는 사실은 기본이고요. 무엇보다도 2차 때는 부산역 문화제 행사에 이어 한진중공업 영도 공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였죠. 또 교통 요충지인 봉래 로터리 부근에서 철야 가두집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경찰과 크고 작은 충돌을 빚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50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쌍방에 부상자도 생겨 났습니다. 대중교통과 사람들의 통행을 차단하 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경찰이 최루액과 물대포를 쏘면서 강경 진압하기도 했습니다.

3차 희망버스 때는 상황이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희망버스의 영도 진출을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자칫 민-민 갈등과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주최 측은 평화적 집회라는 대전제 위에 갈등 요인을 원천 차단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우선 부산역에서 영도 한진중 공장까지의 가두행진을 없애고 소규모 인원 별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영도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문화제 행사도 부산역 일변도에서 벗어나 광복동 등 2, 3곳으로 나눠 분산 집회를 했습니다.

영도로 집회 장소를 옮기고 나서도 2차 때의 봉래 로터리 부근에서 벗어나 버스 통행이 없고 주택 밀집 지역이 아닌 조선소 앞 호안도로변에서 철야 가두 집회를 가졌습니다. 영도 주민들의 불편을 고려하고 주민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 하겠다는 주최 측의 의지였습니다.

경찰과의 마찰도 피했습니다. 2차 때와는 달리 경찰의 차벽과 백여 미터를 사이에 두고 공연과 토론 등 문화행사를 계속 가졌습니다. 단 한 번의 마찰도 없었던 셈입니다. 당연히 연행자도 없었습니다. 다만 봉래 로터리 부근에도 집회 참가자 2천여 명이 모였지만 경찰이 가두 집회를 원천 봉쇄하며 인도 쪽으로 집회 참가자들을 몰아 정상적인 집회를 하지 못했습니다.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지만 영도 주민과 보수단체 회원들과의 마찰은 피하지 못했습니다. 영도 주민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영도로 향하는 부산대교와 영도대교를 선점해 봉쇄하고 집회 참가자들의 영도 진출을 힘으로 막았습니다.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대교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주민증 제시를 요구하고 영도구 주민이 아니면 무조건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버스를 막아놓고 승객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바람에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합리적인 대화나 이해는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어쨌든 민-민 갈등과 충돌은 일어났고 이 바람에 부산역 집회를 마치고 뒤늦게 나 온 2천여 명의 행사 참가자들은 롯데백화점 광복동 지점 앞에서 영도로 진출하지 못하고 발이 묶여 그곳에서 자체 행사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이날 한진중 영도조선소 동문 쪽인 대선조선 앞 집회에서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의 휴대전화 통화가 스피커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전달됐습니다. 김 위원은 "나를 내려오게 하려면 내가 어떤 마음으로 고공 크레인에 올라가게 됐는지, 어떤 마음으로 265일을 버텼는지 그걸 먼저 진심으로 헤아려야 할 것"이라며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결코 내려가지 않을 것임을 밝혔습니다. 김 위원의 육성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자 일부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희망버스는 이제  진행형으로 계속 남게 된 것 같습니다. 김 위원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결코 내려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함에 따라 희망버스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정리해고 문제가 단순히 한진중공업 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해보니 대다수는 정리해고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 들이고 있었고 김위원이 여성의 몸으로 고공 크레인에서 2백 일 넘게 농성하는데 대한 미안함을 전했습니다. 이제 4차 희망버스는 예고된 수순인 듯 합니다.

참가자 2천여 명은 영도 집회를 마친 뒤 한진중공업 부산사옥으로 몰려가 건물을 사방으로 에워싸고 간단한 항의 집회를 가졌습니다. 이어 부산경찰청으로 이동해 역시 항의 집회를 가졌습니다. 포위된 것은 집회 참가자들이 아니라 평화 집회를 원천 봉쇄한 경찰과  원칙 없는 정리해고를 단행한 한진중공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희망버스가 1차에서 2차, 3차로 넘어 오면서 참가 지역과 참가자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진중공업 사태는 노사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발짝도 사태 해결을 위해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진 중공업 차원을 넘어 확산되는 느낌입니다. 이 문제의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자인 조남호 회장의 결단과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생겨나고, 경찰도 전국에서 동원되고, 지역 주민들은 주민들 대로 생활 불편과 불만이 잇따르는 등 사회적 비용과 갈등의 폭이 눈덩이 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민-민 갈등과 충돌도 확산될 여지가 큽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실질적인 중재가 시급해 보입니다.

이번 3차 희망버스 집회와 관련해 주최 측과 경찰이 사전 평화적 집회와 충돌 방지를 위해 행사 하루 전까지 계속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주최 측은 한진중공업까지 행진을 하지 않는 대신 김 위원을 먼 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는 한진중 외곽에서 교통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고 행사를 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처음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경찰이 행사 당일 오전 뚜렷한 이유없이 거부를 해 비난을 자초했습니다. 당초 경찰은 이 안에 대해 수용 입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갈등의 조정과 예고된 충돌의 방지를 위한 '솔로몬의 지혜'는 무엇일까요? 누가 멋지게 통 큰 해결책을 제시할까요? 이 무더위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기쁜 소식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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