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차분한 노르웨이

테러 이후 일주일, 노르웨이는…

[취재파일] 차분한 노르웨이

테러 악몽이 노르웨이를 덮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폭탄 테러 공격을 받았던 오슬로의 정부 청사 주변에 공사 차량들이 드나들기 시작하고, 우토야 섬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진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의 장례식이 치러지면서 본격적인 수습 국면에 들어간 듯 합니다. 오슬로 시가지는 여름 휴양지답게 관광객들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거리의 악사나 노점상들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추모 분위기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시내 중심가의 오슬로 돔 교회에는 여전히 추모 인파가 넘쳐납니다. 거리 곳곳에서 아직도 한 손에 장미꽃을 든 채 눈물을 글썽이며 추모의 성지가 된 돔 교회로 향하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슬로에서 보여지는 이런 추모 분위기의 특징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같이 차분하다는 것입니다. 경찰의 늑장 진압 등 사고 대처를 지적하는 모습은 외신에만 있을 뿐입니다. 총리와 각료들은 오히려 경찰을 두둔하고 있고 노르웨이 언론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망자 수를 잘못 집계해서 92명이라고 했다가 76명으로 정정했고, 다시 77명으로 늘어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누구도 문제삼지 않습니다.

테러범을 비난하는 대신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개방성, 더 많은 인간애'를 부르짖으며 차분하게 대응하는 스톨텐베르크 총리는 노르웨이 국내에서의 지지도가 올라갔을 뿐 아니라, 전세계인들로부터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콘 왕세자는 장미꽃을 들고 이슬람 사원을 방문해 이슬람계 주민들이 혹시나 갖고 있을 우려를 잠재웠습니다.

지도층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슬로 돔 교회 앞에 꽃을 바치러 왔던 한 시민은, 아주 끔찍한 일이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테러범이 이슬람 교도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이슬람의 테러였다면, 종교와 문화 논쟁이 격화되면서 국가가 분열될 수도 있다면서 말입니다. 상상할 수 없었던 테러의 충격에 대응하는 노르웨이 사회는 정말 냉정하리만큼 차분했습니다. 그만큼 성숙한 사회라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우리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 언론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하는 듯 마는 듯, 서두르지 않으면서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 각료들과 경찰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그렇고, 법정 최고 형량이 21년에 불과한데다 교정시설이 비즈니스 호텔 수준이어서 이번 테러범과 같은 극악 범죄자에 대한 처벌 효과가 적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노르웨이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회가 돌아가고 있었고, 이번 사고 대응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뚜벅 뚜벅 나아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대형사고가 덮친 한국의 상황이 겹쳐졌습니다. 책임론, 사고 대처에 대한 질타 등 늘 되풀이되는 국면이 전개될테지요.

물론 노르웨이의 방식이 좋은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사회가 움직이고 발전해가는 방식은 여러 가지이니까요. 노르웨이 방식은 잘못 적용되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대충 넘어가는 해결 방식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금방 끓어올랐다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지는 사회 분위기에 익숙한 우리가 분명 배울 점은 있어 보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