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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테러 당한 노르웨이, 어디로 가나?

[취재파일] 테러 당한 노르웨이, 어디로 가나?

노르웨이는 참 낯선 나라입니다. '백야'로 특징지어지는 북유럽 관광의 핵심 지역이고 또 피요르드 관광의 기착지라고는 하지만, 모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쉽게 엄두를 내기 힘들죠.

당연히 한국에서는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단지 매년 노벨 평화상으로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나라였을 것입니다. 물론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을 때는 우리와 정말 가까운 나라처럼 조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노르웨이의 ‘라면 왕’ 이철호 선생이 집중적으로 한국에 알려졌던 것도 바로 이때였습니다.

그랬던 노르웨이에 지금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76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연쇄 테러 때문입니다. 파리 특파원인 저도 그래서 지금 오슬로에 와서 취재를 하고 있답니다.

처음 와본 노르웨이는 겉으로는 정말 평화로워 보이는 나라였습니다. 수백 년 동안 덴마크와 스웨덴의 지배를 받아오다 독립한 지 100여 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결속력도 대단했습니다. 지난 25일 인구 50만의 수도 오슬로에서 추모식이 열렸는데, 15만 명의 사람들이 모두 손에 손에 장미꽃을 든 채 거리로 나선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다들 한결같이 어려울 때일수록 모두 함께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평화롭고 내부 결속력이 강한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와서 느낀 바로는 정말 한 사람의 ‘미치광이’가 저지른 돌발 상황일 수도 있지만, 노르웨이 내부에 뭔가 불편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았습니다.

노르웨이는 한반도의 1.7배 크기이지만 인구는 5백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석유와 가스, 조선 산업 등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내며 1인당 GDP가 8만4천 달러에 이르는 부국입니다.

문제는 모든 산업국가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과정에서 수많은 외국 노동자들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70~80년대에는 파키스탄에서, 최근에는 소말리아까지 이슬람을 믿는 유색인종들이 유입돼 인구의 한 부분을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도 오슬로의 인구가 50만 명 정도인데, 이 중에 이민자가 22%이고, 이슬람 인구도 10% 정도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전통적으로 이민에 대해 아주 관용적이었습니다. 노르웨이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농담 중에 “아일랜드에는 미녀가 없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과거 바이킹 시절 아일랜드를 침략해서 미녀들을 모두 데려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한국인 입양아가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입양아 인구가 현재 7천 명 정도인데, 지금도 해마다 100여 명씩 계속 입양돼 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과거의 침략이나 최근의 입양 등, 노르웨이 국민으로 편입된 사람들은 모두 노르웨이 문화에 동화돼 하나가 됐습니다. 한국 전쟁 직후 노르웨이에 정착했던 ‘라면 왕’ 이철호 선생도, 최근 한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인종이나 문화 때문에 차별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더군요.

노르웨이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런 것을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노르웨이의 이민 문화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자신의 사회와 문화에 완전히 동화된 이민자들을 배척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관용적이지만, 최근의 이슬람 이민자들처럼 자신들의 종교와 문화를 그대로 가져오는 이민자들에 대한 고민은 분명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일부 보수 우익 세력은 그 동안 꾸준히 반 이민자 목소리를 키워왔습니다. 그 극단이 바로 테러범 브레이비크였던 것이고요.

물론 정치적인 반 이민 정책과, 이번 테러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개방적으로 보여져 왔던 노르웨이에서도 브레이비크같은 돌연변이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가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민자들이 늘면서 다문화주의를 수용해야 하는 나라이든, 이민을 가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유지하려고 하는 민족이든, 서로 공생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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