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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석연찮은 금융전산망 사고…원인은 항상 '모르쇠'

[취재파일] 석연찮은 금융전산망 사고…원인은 항상 '모르쇠'

올 들어 '사상 초유'라는 이름을 달 수 있는 금융전산망 사고가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금융권 전산망 가운데 가장 보안이 뛰어나다고 자부해 왔던 금융결제원 인터넷 망이 문제가 생겼습니다. 국세청에 세금을 내는 분들 가운데 카드 결제를 하려면 이 망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자 세금 납부를 못하게 된 분들까지 생겨 결국 국세청이 납부기한을 하루 늦추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전산망은 4시간 가까이 돼 복구가 됐습니다. 하지만 금융결제원은 사고 발생 하루를 넘긴 상황에서도 원인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해킹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는 말만 할 뿐이었습니다. 올 초 현대캐피탈 해킹 사고의 경우 해커들이 돈을 요구했고 여기에 일부 돈을 보내면서 꼬리를 잡아 적어도 누가 범인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북한 소행" 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사실상 원인을 파악할 필요조차 없게 된 농협 전산망 사고, 이어 계속된 NH증권, 현대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증권사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사고와 은행들 전산망 사고들은 분명히 불편을 겪은 고객들은 있는데 사고 원인은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은 일단 사고가 나면 먼저 핑계를 대는 것이 '과부하'입니다. 금융회사와 금융권 전산망이 예측 가능한 일상적인 고객들의 금융활동에 '과부하'핑계를 대면서 넘어가려는 것 입니다. 상식적으로 업무가 폭증했다는 정황이 없는데 이런 핑계를 대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금융결제원의 전산망 사고의 경우도 처음에 접속 폭주를 원인으로 추정했지만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매 분기 납부하는 부가세 카드 결제 수요가 이번에만 급증했을 이유도 없거니와 지난 2007년 금융결제원 시스템이 지연된 뒤 보완을 했다고 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금융결제원은 인터넷 지로와 전자금융, 전자상거래, 공인인증서 등을 관리하고 있는 금융권 전산망의 주요 허브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별 금융 회사 차원에서 빈번해졌던 전산사고가 점점 금융결제원처럼 시스템의 핵심 망이나 공공기관 전산망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금감원에서도 전자공시시스템이 40분 동안 멈추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금감원은 KT 탓을 하고 KT는 금감원 탓을 하다가 금감원의 문제로 결론이 내려지는 듯 했지만 무엇 때문인지는 명확히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다행히 증시 동시호가 마감 이후에 벌어져서 혼란이 적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투자자들이 상당한 혼란과 피해를 볼 뻔 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지난 5월 말에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마지막 날에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는 정부통합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국세청 내부망이 장애가 생겼습니다. 납세자들은 불편을 겪었습니다. 이 사고 역시 그 뒤 뭐가 문제였고 어떻게 보완이 됐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모두들 "해킹은 아니었다" 는 말만 반복하고 있지 속시원 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래서 찜찜합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의 주요 업무들이 점점 더 전산화 되고 있는 반면 해킹 기술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걱정스러운 대목입니다. 해커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고 정부는 해킹 대책이라고 내놓았지만 반쪽 짜리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잇단 전산 사고에 대해 우리 사회가 무덤덤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기우일 수도 있지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가 '잔 펀치'뒤에 '센 주먹'한 방이 날아오는 것 아닌지,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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