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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누더기 버스전용차로, '대안이 없네'

[취재파일] 누더기 버스전용차로, '대안이 없네'

올림픽대로에는 상습 정체 구간이 있다. 아침에는 잠실에서 반포 또는 여의도까지, 퇴근길에는 여의도에서 성수대교까지다. 늘 교통상황을 라디오로 들으면서 운전을 하지만 이제 내용을 안 들어도 대충 어디가 어느 만큼 막히는지 알 수 있다.

어디쯤에서 어느 차선을 타는 게 가장 빠른 길인지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한다. 잠실에서 목동까지 출퇴근을 3년정도 하면 누구나 이르는 경지다.

하지만 이런 반응에도 예외는 있다. 평소 정체 구간도 아니고, 막힐 시간도 아닌데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사고 아니면 도로 공사 중이다. 밥 먹으면 배 부르고 비 오면 우산 쓰는 것처럼 당연한 예상이다.

그래도 올림픽대로 왕복 8차선 가운데 한두 개만 막으니 더디게라도 집에는 갈 수 있다. 아침 출근길이고 저녁 퇴근길이고 시도 때도 없이 올림픽대로에서 도로 공사가 가능한 이유다.

요즘처럼 장맛비로 도로가 여기저기 누더기가 된 상황이면 길 좀 막히는 것쯤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구멍난 아스팔트 위를 무심코 지나치다가 격렬한 요추 통증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훨씬, 아주 훨씬 참을만한 일이다. 특히  여기저기 구멍난 전용차로를 달리는 시내버스를 타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안락함이다.

장맛비가 그치고 일주일 동안 서울시내 버스 전용차로 여기저기를 다녀봤지만 상황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버스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어김없이 '지뢰밭'  하나쯤은 만나게 된다. 이쯤 되면 버스 전용차로가 아니고 파손 전용차로다.

일반도로와 똑같은 아스콘 재질로 포장 좀 조금 두껍게 해놨다고 해서 전용차로가 월등하게 튼튼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승용차보다 열 배 이상 무겁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버스가 수시로 다니는 전용차로니 파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용차로가 사람이었다면 억울하다고 소송이라도 낼 판이다.

그래도 서울시가 전용차로 가운데 가장 파손이 많은 버스정류장 부근을 콘크리트 성분이 들어간 '강력한' 재질로 포장한다니 조금 안심이 된다.

처음부터 이런 재질로 포장했으면 좋았겠지만 반성하고 고치는 것도 대단한 일이니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제 비가오나 눈이오나 튼튼한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재포장하는 데 걸리는 길고 긴 시간만 참는다면 말이다.

올림픽대로는 차선 한두 개 막아도 차가 지나갈 수는 있다. 시간 좀 걸리면 어떤가. 하지만 전용차로는 대안이 없다. 사실상 24시간 버스가 다니는 서울 시내 상황을 고려하면 전용차로 재포장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중앙전용차로는 부분공사를 할 때마다 근처 도로가 통째로 아수라장이 된다. 공사중인 중앙차로를 피해 일반 차선으로 버스가 끼어들고, 또 이런 버스를 향해 짜증섞인 경적을 울려대는 차량의 모습을 이미 여러 번 봐왔다. 시내 대부분의 구간에서 이런 모습이 펼쳐질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처음부터 잘 만들어 주시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그래도 내년 장맛비에는 오랜 보수 공사 끝에 파손률이 훨씬 낮았다는 뉴스를 보도했으면 좋겠다. 올해는 일반도로에 비해 6.38배 높은 파손률이었다는데 내년에도 꼭,꼭 파손률을 비교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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