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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매니저의 세계②…아빠와 오빠 사이

[취재파일] 매니저의 세계②…아빠와 오빠 사이

지난주 일요일, SBS 인기가요 생방송이 있는 날. 여성 멤버 7명으로 구성된 에이핑크는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7시까지 방송이 있는 등촌동 공개홀에 가서 동선 체크와 리허설을 해야 하고, 그게 끝나면 바로 메이크업과 머리 등 스타일링을 받으러 신사동에 있는 미용실로 향해야 합니다. 멤버가 많다보니, 메이크업과 머리를 하고 옷까지 입는데 시간도 엄청 걸립니다. 전부 다 마치려면 무려 4시간 정도 걸립니다.

아침부터 숙소로 가서 멤버들을 깨우고, 이 일정을 다 소화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은 바로 최진우 매니저입니다. 이제 막 28살, 그래도 가수 박지윤 매니저 경험도 갖춘 경력 5년차 매니저입니다.

사실 에이핑크처럼 멤버 수가 많은 아이돌의 경우, 매니저는 단 한 명이 아닙니다. 에이핑크만 해도, 매니저가 무려 3명이나 됩니다. 최진우 매니저는 그 중 딱 가운데 서열, 기자식으로 말하자면, 2진입니다.^^;; 이른바 1진은 머리 역할을 하는 총괄 매니저, 최 매니저는 몸 역할을 하는 실질 매니저, 3진은 여성 멤버들이다 보니 생활을 함께 하는 여성 매니저입니다. 이들은 모두 에이핑크의 기획사 소속으로, 기획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연예인도 회사에서 배정해주고 있고요. 에이핑크의 경우, 2년여에 걸친 연습생활을 마치고, 올 4월 데뷔를 했는데요, 이들 매니저들은 그 때부터 에이핑크와 함께 동고동락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주는 에이핑크의 1집 마지막 방송날이었습니다. 3달 동안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리더 박초롱 양은 목이 다 쉬어버릴 정도였고, 다른 멤버들도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다들 졸고 있었습니다. 매니저들은 그래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미 3달 동안 고수해온 스타일이지만, 더 예쁘게 보일 방법은 없을까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깁니다. 또, 목이 쉰 초롱양을 위해서 약도 챙겨다 줍니다. 스타일링을 하는 동안 점심시간이 오자, 멤버들의 점심 고구마와 저지방 우유도 챙겨옵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멤버들을 위해서 준비한 특별식입니다.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에이핑크 멤버들은 최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개홀로 향합니다. 연예인의 이동이 무엇보다 수월하게 이뤄져야 하는 만큼, ‘운전 숙련’은 매니저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국에 도착해서도, 매니저는 한 시도 쉴 수 없습니다. 중간중간 언론과 인터뷰도 해야하고, 이 인터뷰 중에는 내용도 하나하나 검토해야 합니다. 혹시나 연예인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내용이 나오기라도 하면, 의논 끝에 내용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일단 생방송과 완전히 똑같이 이뤄지는 드레스 리허설에 가수를 올려놓고도 매니저는 쉬지 못합니다. 생방송에 멤버들이 어떻게 잡히는지, 동영상을 찍어서 가수들이 리허설 무대에서 내려오면 그 화면을 보여줘야 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시선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직접 보고 진짜 생방송 무대에서 활용하라는 것이지요.



리허설하면서 흘린 땀을 닦으며 에이핑크 멤버들은 매니저가 찍어놓은 리허설 동영상을 봅니다.

그렇게 무사히 생방송을 마치고 나면, 마지막 방송을 마친 기념으로 팬들이 마련한 팬미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니저는 멤버들의 매무새를 다시 다듬어 준 뒤, 팬미팅이 이뤄지는 근처 공원으로 달려갑니다. 오늘의 일정은 여기까지이지만, 내일부터는 또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송을 쉬는 동안, 다음 앨범을 녹음하고 준비하게 되는데, 그 일정도 하나하나 다 챙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에이핑크에게 이런 매니저는 언니, 오빠 같기도 하고, 아빠, 엄마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무서운 사감 선생님 같기도 하고요. 그도 그럴 것이, 멤버들의 나이가 16살에서 21살, 사춘기 소녀들이다 보니, 그만큼 챙길 게 더 많기 때문입니다.

에이핑크는 매니저 언니, 오빠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지만,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먹는 것에 있어서 매니저들이 엄청 짜기 때문이랍니다. 걸그룹이다 보니, 몸매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서 먹는 것을 최대한 절제하고 있는데요, 하루는 여름이 되어 팥빙수가 너무 먹고 싶어서 팥빙수를 사달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매니저가 팥빙수를 사와서 팥을 쏙 빼고, 얼음과 과일만 있는 ‘과일 빙수’를 내밀었다고 하네요.

또, 연습을 하다가 배가 고파 미숫가루를 먹겠다고 했더니, 미숫가루에 설탕이나 꿀도 넣지 않고 그냥 맹물에 타줬다고 합니다. 아직은 어리고 먹고 싶은 게 많은 나이인 에이핑크에게는 그나마 이게 매니저가 가장 미울 때라고 하네요.

아이돌보다 더 바쁘고 독한 최진우 매니저의 꿈은 뭘까요. 사실 최 매니저는 굉장히 잘 생겼습니다. 그래서 혹시 배우 지망생이냐고 물어봤죠. 전혀 아니랍니다. 다만 예전부터 연예계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차근차근 배워서 연예기획사를 하나 차리고 싶다고 합니다. 최 매니저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색깔 있는 스타를 키워내는 기획사 말입니다.



때로는 스타보다 치열하게 사는 매니저의 세계. 보통 남자는 군대 가기 전부터인 20살 때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일찍부터 뛰어들어서 밑바닥부터 배워가는 세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타의 세계처럼 경쟁이 치열한데다, 일이 험하고, 개인 생활이 거의 없다보니, 최근 1년 사이 매니저 업계에 속한 사람들이 거의 다 바뀌었다고 하네요. 기존 매니저들은 거의 다 이 업계를 빠져 나갔고, 새로운 멤버들이 영입되고 있다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렸지만, 다른 사람의 삶에 내 삶을 맞춰야 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옆에서 지켜보니까, 기자만큼 힘든 직업임은 분명하더군요.^^;; 그래도, 내 스타를 위해, 내 스타를 반짝반짝 빛내기 위해, 뒤에 숨어 묵묵히 뛰어다니는 매니저들을 보니, 정말 나도 투정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신의 꿈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모습도 멋져 보였고요. 우리 대중문화계에 숨은 일꾼들인 매니저님들, 모두 지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세요! 전 스타 뒤에 있는 당신들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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