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를 매몰한 논 바로 옆에서 벼농사가 이뤄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 매몰지는 폐사한 가축을 한꺼번에 묻은 곳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자체의 관리대상에도 빠져 있어 매몰지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의 한 소 축사 앞 3천㎡ 논 가장자리에 바로 붙어 있는 구제역 매몰지.
21일 찾아간 이 매몰지에는 관리담당 공무원의 이름 등 없이 '구제역과 관련해 한우 45마리를 매몰했으며, 앞으로 3년간 발굴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적힌 이천시장 명의의 경고 표지판이 서 있었다.
이 경고판은 매몰 시기와 매몰지 관리 공무원 등이 자세히 기록된 다른 구제역 가축 매몰지 경고판과 비교해 언뜻 봐도 허술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ⅹ2m 넓이에 깊이 5m로 조성됐다는 이 매몰지에는 가스배출관이나 유공관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환경부와 농림부의 매몰지 관리 지침은 대규모로 살처분된 소를 묻을 때는 사체로부터 나오는 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가스관, 침출수 배출을 위한 유공관, 정기적으로 지하수를 검측할 수 있는 관측정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 매몰지 바로 옆에는 비닐 등을 이용한 별다른 경계막조차 없이 벼농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침출수가 벼가 심어진 논으로 흘러들어 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유해성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농장 주인 이모(50)씨는 한우 600여 마리를 키우다 올해 2월 구제역 여파로 큰 소 34마리와 송아지 11마리를 11차례에 걸쳐 살처분해 이곳에 묻었다고 설명했다.
한꺼번에 매몰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45마리의 소를 묻기에는 매몰지 크기도 너무 작아 보였다.
농장주 이씨는 "당시에는 한시가 급했다"며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매몰하라는 것이 정부 방침이었기 때문에 살처분한 소를 묻는 게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또 "매몰하면서 비닐을 여러 겹 까는 등 조치를 했기 떄문에 인접한 논에 피해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같은 문제점과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에도 지자체의 관리는 허술함을 그대로 들어냈다.
이 매몰지는 가축을 한꺼번에 매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천시가 관리하는 396개 매몰지 목록에 빠져 있다.
이천시 한 관계자는 "이 농가의 경우 한꺼번에 45마리를 매몰한 것이 아니라 11차례에 걸쳐 매몰한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매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뒤 "따라서 대규모 매물 시 따라야 할 지침을 반드시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 매몰지와 달리 이씨의 농가 옆에 33마리의 소가 매몰된 다른 매몰지는 한꺼번에 가축이 살처분됐다는 이유로 가스관, 유공관 등이 설치된 것은 물론 매몰지 관리 공무원의 이름까지 적힌 경고판이 세워져 있어 대비를 이뤘다.
김미야 이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1~2마리씩 여러 차례에 나눠 한 곳에 묻은 것 자체가 문제"라며 "다른 농가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구제역 매몰지 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천=연합뉴스)
이천 구제역 매몰지 바로 옆 벼농사 논란
지자체 관리대상서 빠져…매몰지 관리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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