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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과도한 음반 심의 '뭇매'

여성가족부가 과도한 음반 심의로 네티즌과 음악팬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그간 누적돼 온 비판이 인터넷에서 점차 이슈화하자 여성부는 뒤늦게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심의 결과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재심의 제도가 내년에서야 시행되는 데다 음반 심의 잣대 자체가 모호한 상태여서 음반 심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끊이지 않는 음반 심의 논란 = 여성가족부는 19일 음반 심의에 항의하는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접속으로 인터넷 홈페이지가 일시 다운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여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 14일 비스트, 백지영, 박재범 등의 노래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지해 '19금' 딱지를 붙인 데 대해 이 가수들의 팬들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이 여성부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집중적으로 올리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

네티즌들은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의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란 가사가 청소년들에게 음주를 조장한다는 심의 기준이 모호하고, 음반 사후 심의의 실효성이 없다고 반발했다.

20일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비스트 소중한 정규 1집 지켜주세요'라는 청원 운동까지 벌어져 하루 만에 1만5천여 명이 서명한 상태다.

여성부의 음반 심의와 관련한 논란은 그간 이미 수차례 불거진 바 있다.

음반제작사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소속 그룹 SM 더 발라드의 노래 '내일은…'이 가사에 술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데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지난 2월 인디밴드 보드카레인도 3집 음반이 수록곡 '심야식당'의 노랫말에 '한 모금의 맥주'란 가사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되자 이에 반발, 청소년이 무료입장하는 '3집 청소년 유해매체 선정 기념-무해한 심야식당'이란 타이틀로 여성부를 조롱하는 공연을 열기도 했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된 음반은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19세 미만 판매금지'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판매해야 하며 방송에서 밤 10시 이전에 나갈 수 없다.

또 음악사이트에 배포하거나 방송활동과 공연 등에 사용될 경우 지적된 부분의 가사를 수정해야 하는 등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가수들과 음반업계의 반발이 크다. 

◇음반 심의…누가, 어떻게 하나 = 현재 음반에 대한 청소년 유해 여부 심의는 방송이나 영상물, 간행물과는 별도로 여성가족부가 전담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에 대해 심의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 고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는 원래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었으나, 지난해 3월 청소년 관련 업무가 가족 업무와 함께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면서 함께 넘어오게 됐다.

그러나 청보위는 청소년 보호와 관련한 전반적인 매체물을 다루는 기구로 음반 심의에 대한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여성가족부는 전문성을 기하기 위해 음반심의위원회(이하 음심위)를 따로 구성, 심의를 1차적으로 맡기고 있다. 

총 9으로 구성된 음심위에 대해 여성부 측은 그 면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음악평론가와 방송프로듀서, 작사가, 미디어 전문가, 언론인, 변호사, 청소년 관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음심위가 시중에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전체 음반·음악파일에 대해 청소년 유해 여부를 심의, 후보군을 정한 뒤 청보위에 올리면 청보위가 최종 심의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총 553건의 음반·음악파일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됐다.

심의 기준은 청소년보호법의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데, 개별 심의 기준으로는 성행위와 관련된 내용이나 가족윤리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 육체적·정신적 학대 미화, 범죄 미화, 역사적 사실 왜곡, 저속한 언어 남용 등과 함께 '청소년유해약물 등의 효능 및 제조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그 복용·제조 및 사용을 조장하거나 이를 매개하는 것' 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일반 심의기준에는 "매체물에 관한 심의는 당해 매체물의 전체 또는 부분에 관하여 평가하되 부분에 대하여 평가하는 경우에는 전반적 맥락을 함께 고려할 것"이란 조항도 있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술' 관련 가사들의 경우 심의위 측은 '청소년 유해약물…' 조항에 해당된다고 봤지만, 가요계 측은 해당 노래 가사들이 술의 제조나 사용을 조장한다고는 볼 수 없는 데다 전반적인 맥락을 함께 고려하라는 일반 심의 기준을 감안하면 과도한 심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재심의 제도 시행..그러나 '불씨'는 여전 = 여성부는 이런 지적을 어느 정도 반영해 최근 '청소년유해매체물 재심의 제도'를 마련했지만, 재심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심의 기준이 불명확한 문제는 그대로여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제도가 시행되려면 아직 5개월여의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이번 비스트 음반의 사례가 다시 촉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여성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여성부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음반 심의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2009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유해매체물로 결정된 2천607곡에 대한 심의사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다음달 초에는 작사가와 심의위원들을 초청해 장관 주재 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달 중순께는 음악계와 청소년들을 참여시킨 '음반·음악파일 심의제도 발전방향 토론회'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음악계에서는 무엇보다 심의 잣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술이든, 다른 무엇이든 전체적으로 대중음악이 담고 있는 정서라는 게 있는 것이고 그것을 사회적인 기준이 아니라 예술적인 기준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2011년에 81년대식으로 심의를 하고 있다"며 "아무리 청소년들이 많이 듣는다 하더라고 수용할 수 있는 수위라는 게 있는데, (심의 기준이) 그런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 씨 역시 "술이란 단어가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으로 (19금) 딱지를 매기고 있다"며 "최근 임재범이 부른 '빈잔'이나 2PM의 술과 관련된 노래는 걸리지 않은 것을 보면 형평성에도 맞지 않거니와 앞뒤 맥락 없이 유해 여부를 판단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재심의 제도가 시행된다 해도 결과가 얼마나 빨리 나올지 의문이고 자기 노래에 대해 유해하지 않다고 일종의 변명을 해야하는 것도 창작자에겐 큰 고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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