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에 대한 기억처럼 쉽게 잊혀지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불과 3일 전만 해도 지루한 장맛비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폭염을 걱정하고 있으니까요. 비가 많이 온 것은 기억하지만 그것이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해 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바로 이렇게 얄팍한 인간의 기억능력 때문인가 봅니다.
연일 전국이 뜨거운 땡볕으로 야단법석입니다. 장마가 물러간 뒤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보는 나와 있었지만 정작 이렇게 기온이 높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록된 기온이 상당히 높은데요, 화요일(19일) 전남 장흥의 낮 최고기온은 체온과 비슷한 36.1도까지 치솟았습니다. 물론 올 들어 최고 기록입니다.
유난히 이른 장마가 평년보다 일찍 물러가면서 더위도 평년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벌써 올 최고기온 기록을 세운 곳이 여럿입니다. 대표적인 몇 곳을 소개하면 고창의 경우 19일 최고기온이 35.8도까지 치솟았고요, 수원의 경우에는 18일 낮 기온이 35.8도를 기록하면서 관측사상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습니다.
"가장 더운 기록은?"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고 더위 기록은 어느정도일까요? 더위로 소문난 곳을 들라면 주저없이 대구를 꼽을 텐데요, 실제로 우리나라 최고 기온 기록을 갖고 있는 곳도 바로 대구입니다.
1942년 7월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더위가 한반도를 달궜는데요, 이 해 7월 28일 대구의 기온은 무려 40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아마도 이 기록은 앞으로도 좀처럼 깨지기 힘든 기록이 아닌가 싶습니다.
1942년에 세워진 더위 기록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7월 25일 강릉의 낮 최고 기온은 39.4도까지 올랐는데 이 기록 역시 아직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1940년대에 세워진 기록으로는 인천의 더위 기록이 있는데요, 1949년 8월 16일 인천의 최고 기온은 38.9도를 기록했습니다.
1942년 못지 않게 더웠던 해는 1994년입니다. "아 94년!" 하면서 맞장구를 쳐 주는 분이 많을 듯 한데요, 이 해 7월 24일 서울의 기온은 38.4도를 기록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는데요, 같은 해 7월 19일 광주에서 세워진 38.5도나 진주에서 세운 38.9도의 기록 모두 아직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70도의 기온차를 견뎌라"
지금은 여름이라 추위를 실감하기 어렵지만 추위 기록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추운 곳으로 남아 있는 곳은 경기도 양평인데요, 1981년 1월 15일 양평에서 기록된 최저 기온은 무러 영하 32.6도입니다. 각 방송사마다 현지 르포를 뉴스로 내보냈는데 이 때 기자가 보여준 소주병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소주가 얼어 병이 터져버린 모습 말입니다.
비교적 최근인 2001년에는 철원에서 최저 기온이 기록됐는데 1월 10일 최저 기온이 영하 29.2도까지 내려갔습니다. 서울의 경우에는 1927년 12월 31일에 기록된 영하 23.1도라는 최저 기온 기록이 아직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위로 유명한 대구는 추위도 만만치 않아서 1923년 1월 19일 기온이 영하 20.2도를 기록했습니다.
추운 기록과 더운 기록을 살폈더니 참 인간의 적응력이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대구에서 사는 분들은 60도의 기온 차이를 극복하면서 생활하는 셈이니 말입니다. 물론 양평과 대구의 기록을 고려하면 한반도에서 살려면 70도 정도의 기온 차이는 거뜬하게 극복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앞으로 올 여름이 끝날 때까지 또 어떤 기록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8월까지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더위로 지치고 힘들 때는 추위 기록을 한 번 떠올리면 그나마 조금 시원해 질 수 있지 않을까요?
[취재파일] 70도의 기온차를 극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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