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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월 지급식 금융상품의 함정

[취재파일] 월 지급식 금융상품의 함정

요즘 자산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월 지급식 금융상품' 입니다. 지난해에는 자문형 랩이 돌풍을 일으키며 시중 자금을 급격히 흡수했다면 올해는 월 지급식 펀드나 채권 상품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선 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유럽 재정 위기와 중국 긴축, 일본 대지진 등 시장을 위축시킬 요인들이 많다 보니까 자문형 랩에서도 이제 지난해 같은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 때문입니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 자료를 보면 7월 초 현재 국내에 설정된 월 지급식 펀드만 22개이고 상반기에 여기에 몰린 돈이 4,0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지난해 전체 유입된 돈이 519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겁니다. 특히 올해부터 1955년에서 1964년까지 출생한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더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올해 두 차례 하긴 했지만 아직 금리 수준은 낮고 물가상승률은 4%를 넘어 은행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도 사실상 손해를 보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황이라는 점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까지 장기화 되면서 부동산 임대해 주고 월세 받기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한 자산 운용사에서 최근 내놓은 상품 가운데 1억 원을 맡기면 브라질 국채에 투자해 매달 77만 원씩 3년 6개월 동안 지급한다는 상품은 최소 가입금액이 1억 원인데도 6월 한 달에 880억 원이 몰릴 정도로 부자들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월 지급식 금융상품은 크게 보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펀드와 증권에 투자하는 상품과 원금 보장이 되는 채권과 즉시연금보험 상품, 그리고 고금리 해외채권 상품 등이 있습니다. 월 지급식 펀드의 경우 일시금으로 돈을 맡기면 그 돈을 가지고 투자를 해서 미리 약속한 분배율에 따라서 매달 돈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펀드 투자 대상에 주식편입비율이 70%가 넘으면 주식형 펀드고 그렇지 않으면 채권형 펀드로 보시면 됩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주가가 등락하는 것에 따라 수익률이 오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손실을 볼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월 지급되는 돈은 원금에서 나가게 됩니다. 쉽게 말해 매달 약속한 돈은 지급되지만 그만큼 원금이 줄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더라도 원금 회복 속도가 떨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 월 지급식 펀드의 상반기 수익률을 보면 은행 정기예금 이자보다 못한 수익률을 낸 곳도 많습니다.



월 지급식 채권형 신탁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고 국공채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지급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익에 대해 이자소득세를 내야 되기 때문에 세금 내고 난 뒤 실제 손에 쥐는 돈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최근의 인기 상품은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 월 지급식 상품입니다. 브라질 채권은 신용등급이 'BBB-'로 연 10%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데 한국과 브라질이 조세 협약을 체결해 놓고 있어서 브라질 국채 투자에 따른 이자수익이나 매매차익, 환차익 모두 비과세 대상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 대부분이 환 위험 헤지가 안 된 채 투자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출렁거릴 경우 투자에서 이익을 보더라도 역시 손에 쥐는 돈이 얼마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브라질 통화와 한국의 원화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가 문제가 됩니다. 또 지난해 10월 브라질 정부가 금융거래세를 2%에서 6%로 올리면서 초기 투자 비용이 과거보다는 커졌습니다.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브라질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물가 급등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브라질 중앙은행이 물가를 고려해 금리를 올릴 경우 채권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변수입니다.

보험사에서 주로 팔고 있는 즉시연금보험 상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이 상품은 가입할 때 설정된 피보험자의 나이에 따라서 매달 변동 공시이율을 적용해서 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현재 연 4% 후반 수준의 이자를 주고 있습니다. 이자 수준이 너무 낮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입 시 상속 종신형이나 종신형 연금을 택하게 되면 이자소득세와 종합소득세가 완전히 면제되고 가입자가 사망할 때 까지는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월 지급 상품을 택하려는 분들은 노후 대비 쪽이 아직 많습니다. 다시 말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월급처럼 일정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원금 손실이 최소화 돼야 한다는 점이 상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살펴 봤듯이 각 상품별로 장단점이 있는 만큼 일시적인 유행에 따라 한 상품에 돈을 모두 넣기보다는 가급적 월 지급식 신탁과 고금리 해외채권, 월 지급 펀드 등에 적절히 돈을 배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투자가 바람직해 보입니다.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소 공격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안정을 더 추구하느냐의 기준은 자신의 은퇴 시기가 얼마나 남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행이라고, 또 인기가 있다고 한 상품에 돈을 넣어두기에는 월 지급식 금융상품 속에 감춰둔 함정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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