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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에어컨 실외기 절도 조심하세요!

[취재파일] 에어컨 실외기 절도 조심하세요!

덥고 눅눅한 여름 장마가 한창이지만, 경기도 안산 상록구에 사는 서모 씨는 작년에 구입한 최신형 에어컨을 켜보지도 못하고 끙끙 앓고만 있습니다. 얼마 전 도둑이 들어 옥상에 설치한 실외기를 분해해서 동판을 빼냈기 때문입니다. 출입문 경보장치 때문에 도둑은 훔쳐가려던 동판을 놓고 도망갔지만, 이미 실외기는 부서진 뒤였습니다.

A/S 기사는 실외기를 원상복구하는데 120만 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에어컨 구입 가격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이라 고민은 되지만, 그렇다고 작년에 산 에어컨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

혹시나 싶어 가입한 보험을 알아봤지만, 집 밖에 있는 물품은 '보험목적물'에 속하지 않아 도난 보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서씨는 결국 옥상에 CCTV를 설치한 다음 실외기를 복구하기로 했습니다.

관할인 안산상록경찰서는 올해 들어 이런 실외기 절도 신고가 두 건 밖에 없다며 별일 아닌 것처럼 얘기했지만, A/S 기사들의 얘기는 달랐습니다.

A 기사는 관할 지역에서 실외기 도난 때문에 자신이 서비스 나간 것만 7건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 기사는 심지어 경찰에 실외기 절도 피해 가옥들을 알려줬다고 했습니다. B 기사도 최근 2, 3개월간 최소 3건의 수리 출장이 있었다고 했고, 동료 기사들도 같은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즉, 같은 구에서만 최소 10건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겁니다.

다만 도둑이 CCTV가 없는 곳만을 노렸기 때문에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도둑 입장에서 보니 실외기만큼 훔치기 쉬운 물건도 없었습니다. 4~5층짜리 다세대주택의 경우 실외기가 옥상에 설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 사람들이 없는 대낮에 옥상에 올라와 작은 실외기는 통째로 떼어가고, 큰 실외기는 분해해 구리를 주재료로 하는 동판을 떼어가는 겁니다.

경찰은 도둑이 동판을 고물상에 넘겨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직접 고물상을 찾아 물어본 결과, 실외기의 다른 부품은 '잡철'이라고 해서 1킬로그램당 400원 정도 쳐주는 반면, 동판은 스무 배나 많은 1키로그램당 7천~8천 원을 쳐준다고 합니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동판 하나에 10만 원 안팎을 벌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철문이나 알루미늄 빗물받이를 떼어가는 것보다 훨씬 돈벌이가 되기는 하지만, 나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게 A/S기사들 얘기입니다. 실외기에는 전기와 가스가 연결돼 있어 분해할 때 자칫 순서가 틀리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전문기사는 아니어도, 기사 밑에서 일을 배운 적이 있는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어쨌건 실외기를 도둑맞아 더 무더운 여름 보내지 않으시려면 불편해도 베란다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거나, 적어도 CCTV가 있는 곳에 두는 편이 낫다고 경찰은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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