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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통 못하면 의사 못돼!"

[취재파일] "소통 못하면 의사 못돼!"
최근 국내 한 유명대학 의대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으로 이른바 의사들의 '인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흥미있는 외신이 들어왔습니다. 인터넷을 보니 일부 매체에서도 관련 소식을 이미 올렸습니다만, 미국에서 의대 신입생을 뽑을 때, 이들의 '사회성(Social Skill)'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의과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Social Skill'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사회성'으로 해석됩니다만, 이를 '인성'으로 번역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식은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인데, 의대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학교 성적만을 고려하지 않고, 성격이나 사회성에 결함이 있는 학생들은 걸러내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는 말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버니지아텍 의대의 신입생 선발 절차를 예로 들었습니다. 버지니아텍은 여러 차례의 짧은 인터뷰, 영어로는 ' multiple mini interview'(M.M.I) 방식의 인터뷰로 신입생을 선발합니다. 아래 사진은 뉴욕타임스가 실은 버지니아텍 의대 M.M.I 면접 장면입니다.
  

             


학생들이 인터뷰할 방 앞에서 각자 대기하는 모습인데요, 면접 방식을 간략하게 설명해드리자면 이렇습니다. 각각의 방문 앞에서 특정한 상황을 적은 쪽지를 수험생들에게 보여준 뒤, 2분 동안 쪽지에 적힌 내용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이어 수험생들이 각각의 방 안으로 들어가서 면접관들과 8분 동안 쪽지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하게 됩니다.

8분이 지나면 종이 울리게 되는데, 수험생들은 종이 울리면 면접을 보던 방에서 나와서 다른 방 앞으로 간 뒤,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쪽지 내용을 보고 면접을 치르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모두 9번이나 되는 면접을 잇따라 치러야 합니다. 10분씩 9번이니까 90분, 무려 1시간 반 동안이나 연달아 면접을 봐야하는 것입니다.

버지니아텍 의대에 따르면 이런 MMI 방식 면접은 의사들이 접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어떻게 대처할지를 묻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학생들이 각각의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독창적으로 생각하는지와 가장 중요하게는 얼마나 팀웍,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성을 가졌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 면접의 경우 질문들에 대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처음에 해당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는 연쇄 인터뷰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신들과 다른 의견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어떻게 대화로 풀어나가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라고 합니다.

따라서 면접 보러온 수험생들 가운데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든가, 독단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들의 경우 좋지 않은 점수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왜냐면 이런 자세를 가진 학생들은 나중에 의사가 된 뒤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버니지아텍 의대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


스탠퍼드와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비롯한 미국 내 8개 의과 대학들이 버지니아텍 의대와 같은 방식으로 면접을 보고 있다고 합니다. 또 캐나다에서도 13개 의과대학이 같은 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MMI 면접 방식의 최대 장점 가운데 하나는 기존의 일대일 면접을 통한 의대생 선발 방식에 비해, 여러 면접관들이 여러가지 상황을 놓고 다양하게 수험생들을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사회성 결여 여부를 충분하게 비교 평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의과 대학들이 학생들의 인성을 평가하는 면접을 새로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뉴욕타임스는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습니다.

첫째는 의사들이 기술적으로 충분한 의술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나 간호사 등과 소통이 안 되는 바람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환자의 죽음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의사들의 빈약한 의사 소통이 고질적이다보니 심지어는 이 때문에 잘못된 수술로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사고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둘째는 현대 의술이 갈수록 한 명의 개인에 의존하기 보다는 팀플레이, 즉 각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는 방식으로 전개돼나가다 보니, 그만큼 갈수록 팀워크가 중요하고, 이를 위한 소통 능력이 의사들에게 요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의 직업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의사가 되면 부와 명예가 한꺼번에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최근 제 또래 의사 친구들이나 가까운 선후배 의사들을 만나보면, "의사라는 직업도 예전 같지가 않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최고의 직업 가운데 하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만큼 의사라는 직업에는 그만한 책임감이 따른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의사들과 관련해 전해지는 여러가지 부정적인 소식들을 접하다보면, 우리나라 의사들 가운데서도 사회성과 인성이 부족한 분들이 꽤 되지않을까하는 우려도 하게 됩니다. 개인적 경험으로도 병원에 갔다가 썩 좋지않은 기분으로 나오게 됐던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서도 거만하다거나, 환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등 좋지않은 인상을 남긴 의사들을 만나셨던 분들이 계실 겁니다.

우리가 흔히 '권력'이라고 하면 힘센 정부 기관이나 정치 권력, 경제권력 등을 말합니다만, 의사들 역시 환자들 앞에서는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의대에서도 의사가 될 학생들의 인성과 사회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미국 버지니아텍 의대와 같은 'MMI' 면접 방식을 도입하면 어떨까요?  MMI 면접 사교육 시장만 커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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