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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발에 발을 맞추라고요?" 불쾌한 아웃렛 쇼핑

[취재파일] "신발에 발을 맞추라고요?" 불쾌한 아웃렛 쇼핑

지난 3월 파주에 한 대형 아웃렛이 생겼죠. 그냥 아웃렛이 아니라 ‘00 프리미엄 아웃렛’이라는 조금 거창한 이름이 붙어 있는 곳입니다. (업체가 내건 이름에는 ‘아울렛’이라고 돼 있지만 외래어 표기법에는 ‘아웃렛’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하 ‘아웃렛’으로 적겠습니다.)

20여 개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165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고 광고되면서 개장 한  달 만에 연인원 백만 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개장 초기에는 주말에 근처 교통이 완전히 마비돼 고발 뉴스의 소재가 되기도 했죠.

지난 일요일 가족들과 함께 이 ‘프리미엄 아웃렛’에 갔습니다. 당연히 물건을 사기 위해섭니다.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가뜩이나 높은 불쾌지수가 한 매장 직원의 어이없는 영업 방식에 극도로 치솟았습니다.

제가 우선 처음 열 받은 곳은 신발매장입니다. 아웃렛이라는 곳은 어차피 원하는 사이즈, 원하는 모델의 제품을 다 구비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월상품이고, 팔리고 남은 물건 중에 맞는 것 있으면 구입하고 아니면 말고.. 원래 그런 곳이죠. 대신 좀 싼 곳이라는 사실 누구나 다 알죠. 그런 점을 감수하고라도 운 좋게 마음에도 맞고 사이즈도 적당한 제품이 있으면 구입하면 되는 곳입니다.

신발매장의 종업원과 제가 나눈 대화 내용은 대략 다음 같습니다.

"발 사이즈가 265mm인데 이 제품으로 맞는 게 있나요?"
"잠깐 기다려 보시죠... 여기 가져 왔습니다"
(신어보니 발이 억지로 겨우 들어가서 도저히 신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한 치수 더 큰 제품은 없나요?"
"손님 발에 딱 맞네요. 신으시죠?"
"아니 도저히 신을 수 없는데요. 너무 꽉 끼는데 이걸 어떻게 신나요?"
"저희 제품은 원래 늘어납니다"
"그래도 그렇지 정도가 있지 도저히 못신겠는데요. 발이 아플 정도인데 이걸 억지로 신을 수야 없죠?"
"저희 제품은 제가 더 잘 알아요. 손님한테 맞는 겁니다"

치수가 큰 제품이 없다고 다른 제품을 고르라고 했으면 얼른 다른 제품을 찾았을 겁니다. 근데 점원은 계속 우기더라고요. 신발에 제 발을 맞추라는 식이죠. 그리고 대화를 매조지한 건 판매 직원이었습니다. 자신이 팔고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인 자신이 옳다는 소신을 끝까지 관철하더군요.

이 정도 갖고 뭘 그러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고. 열심히 물건 팔려다보니 약간 오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자생활 18년, 눈치라면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마 이곳에 있는 매장들 가운데 특히 장사 잘되는 매장은 손님들을 늘 이렇게 상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차피 남아있는 제품 중에 적당히 골라가지 뭘 그렇게 고민하냐는 식인 것 같습니다. 맞지도 않는 제품을 우기면서까지 구매를 강요하는 방식은 좀 지나친 것 아닐까요.

아무튼 이 매장을 나와서 다른 경쟁 업체 매장에 가서 또 혼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사이즈 맞는 제품을 대충 골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둘러보다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아웃렛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또 왜 이렇게 정신없는 것인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고 순서도 엉망이고 종업원은 몇 번씩 와서 주문지를 바꿔가며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등 정말 정신이 없더라고요. 불친절한 것은 아닌데 가뜩이나 혼잡한 매장을 둘러보고 식사시간이라도 차분하게 보내야 하는 손님들 입장에선 매장보다 더 정신이 없는 식당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더군요. 손님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고 빈자리가 한두 석 있을 정도였고 개업한 지 넉 달 이상 된 만큼 혼잡도가 개점 초기보다 훨씬 덜 할 텐데도 직원들은 계속 우왕좌왕하더군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지적할까 합니다.

식당에서도 기분이 개운치 않아서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자동으로 물이 나오는, 즉 온도나 수량을 조절할 수 없는 수도꼭지에선 30도 복더위인데도 더운 물이 나오더군요.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미지근함을 넘어선 더운물이었습니다. 낭비라는 생각도 들고 더워서 더 열 받더군요.

오는 12월엔 파주지역에 경쟁업체의 아웃렛이 또 들어섭니다. 국내 유통업계의 두 공룡이 제대로 한번 붙게 되는 겁니다. 아웃렛이 최근 대형 유통재벌들의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부각되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고객 붙들기 위한 노력이 점점 더 필요해질 것입니다. 그냥 겉 번지르르한 매장과 요란한 광고만으로 고객을 붙드는 영업방식은 조만간 한계에 부딪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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