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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이로 브리핑…경찰 폭력 진압 논란 등

안녕하십니까? SBS 카이로 지국의 윤창현 특파원입니다. 지난 7월 1일자로 부임해 앞으로 4년간 중동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지의 여러 소식들을 전하게 됐습니다. SBS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페이스북을 포함한 SNS 사용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브리핑 내용은 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이 지역 관련 소식들을 전하는 카이로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이 지역, 특히 이집트의 최대 관심사는 지난 금요일 기도회 이후 열린 대규모 시위 소식입니다. 이집트 주요 언론들도 비중있게 이 소식을 다뤘네요.

관영 영자신문은 이집션 가제트는 지지부진한 개혁에 분노한 시민들이 지난 1월 2월의 시민혁명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시위는 민주화 혁명의 성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뿐 아니라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 등 이집트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시민혁명 과정에서 800명 이상을 학살한 군과 경찰에 대한 처벌과 군부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일부는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타흐리르 광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론을 의식한 군부와 경찰이 시위를 막지 않아서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소식으로는 이렇게 시민혁명 이후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시간을 끌면서 차라리 무바라크 시절이 더 나았다는 군부 시절에 대한 향수가 일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친무바라크 시위대의 모습과 함께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 실제로 부유층과 최하층민을 중심으로 구 체제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적지 않다는 게 이곳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그리고 국제적인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 워치가 시위에 대한 이집트 경찰의 폭력 진압을 문제삼으며, 경찰 개혁을 강력히 촉구했다는 기사도 실렸습니다. 시민혁명 과정에서 800명 이상을 숨지게 할 정도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던 경찰들에 대한 이집트 국민의 불신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30년 군부독재 동안 막강한 권력을 누리며 권력의 파수꾼을 자처해 왔던 이곳 경찰이 시민혁명 이후 위상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모습… 이처럼 이집트 공권력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는 휴먼 라이츠 워치가 한국에서 어제 부산에서,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벌어진 경찰의 시위진압 과정을 지켜봤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결코 한국 경찰이 이집트 경찰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경찰 관련 뉴스가 하나 더 있군요. 지난 1월 알렉산드리아의 콥트 기독교회를 폭탄 공격해 2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사에드 밸랄이라는 사람이 경찰의 고문으로 숨졌습니다. 사에드는 최근 이집트에서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는 살라피라는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이집트 검찰이 이 사람의 고문 살해에 관련된 혐의로 알렉산드리아 경찰 12명을 체포했다고 합니다. 시민혁명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경찰에 대한 처벌이 늦어지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인데, 아마 극단적인 종파인 살라피스트들을 자극해 세력이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음은 신생독립국으로 탄생한 남부 수단 관련 기사가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수단은 이집트 남쪽으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데다 고대 이집트 시절에는 수단 북부가 누비아라는 이름으로 이집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이곳에선 대단히 관심이 높습니다.

시민혁명 이후 민주화를 이뤄가고 있는 중동의 몇몇 국가에선 최근 언론 자유가 크게 신장되고 있습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카툰, 즉 우리 신문에서 볼 수 있는 만평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평 몇 가지 보시죠.

이집트 최대 일간지인 마쓰리 알야움 즉 이집션 투데이의 만평을 보시면, 남루한 옷차림의 가장이 할인 판매한 옷을 사왔다며 가족들에게 들고 왔는데, 이게 천 조각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 표정이 황당하죠… 시민혁명의 원인이기도 했던 물가 폭등이 여전하다는 것을 비꼬는 만평입니다.

그리고 다른 만평도 있는데요, 저울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고 있죠. 공명정대한 판결을 상징하는 대목인데, 시민혁명 희생자의 아버지가 차라리 가위로 눈가리개를 잘라버리는 편이 낫겠다며 불평을 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시민혁명 과정에서 무차별 진압과 발포로 800명 이상을 숨지게 한 군과 경찰에 대한 처벌이 지연되고, 일부는 쥐꼬리만한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데 대한 시민들의 반발과 불만을 표현한 것입니다.

관영 매체인 영자신문 이집션 가제트에 실린 만평 역시 눈길을 끕니다.

재판을 앞두고 있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병상이 누워있고, 부인인 수잔 무바라크가 민주화 성지인 타흐리르 광장을 73년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을 폭격한 것처럼 폭격해 버리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73년 중동전쟁 당시 북한공군의 지원을 받아 당시 공군참모총장이던 무바라크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전쟁 영웅으로 떠올랐는데요, 이 장면은 시민혁명에 대한 수구세력들의 불만을 비꼬는 만평입니다.

또 현재 임시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부에 대한 불만도 여과없이 드러내...

군 최고 사령관인 탄타위가 신발값이 너무 비싸서 차를 새로 사기로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군부의 개혁 조치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대목인데, 지난해 배추값이 비싸면 양배추 사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던 한국 대통령의 설화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만평들만 보면 시민혁명 이후 이집트 언론자유의 수준이 최근 몇 년간 여러 논란과 함께 부당한 간섭과 통제로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이 힘을 잃고 있는 한국보다 더 나은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다만 일부 언론들은 시민혁명 와중에도 권력의 눈치를 보다 대세가 기울면서 발빠르게 변신을 선택하면서 카멜레온 같은 논조의 변화를 보여서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데 이 역시도 한국 언론의 역사적 경험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카이로 브리핑 오늘 순서를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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